[민들레 광장]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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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이유는?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참가자들 대부분의 예상대로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해 기준금리 동결을 예측한 전문가와 기관들도 많았지만, 연준은 25bp 인상을 선택했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놨다.

베이비스텝을 밟은 연준

2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발간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평가 및 금융시장 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은 21~22일(현지시간) 열린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25bp 인상한 4.75~5.0%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주목할 것은 정책결정문에 담긴 표현인데, 정책 결정문에선 ‘지속적인 인상(ongoing increases)이 적절’하다는 문구가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할 수 있음(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으로 대체됐다. 이는 연준의 긴축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금리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최종금리 중간값은 5.1%로 작년 12월과 동일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의 은행 불안에 따른 신용위축은 금리 인상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며 상당수 FOMC 참석자들은 은행 불안에 따른 신용 긴축을 경제 전망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파월의 이 발언을 뒤집으면 금융시스템 불안에 따른 신용 위축이 확산된다면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중반 “시장이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연내 금리인하는 연준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쐐기를 박았는데, 이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그릇된 신호를 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이번 FOMC를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0%까지 상승했다. 또한 추가 베이비스텝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신용경색이 심화되거나 물가가 극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 또한 낮아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까닭은?

우린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올린 이유가 무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연준이 그런 결정을 한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섣불리 퇴각한다는 인상을 시장에 주지 않으려 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4월 기준(5월 12일 발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한 이래 2022년 6월 기준(7월 13일 발표) 9.1%로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지만 아직도 6.0%(2023년 2월 기준)에 머물고 있다. 물가가 이렇게 오랜 기간 높으면 소비자들 사이에 기대인플레이션이 강하게 고착되고, 한번 고착된 기대인플레이션은 분쇄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연준으로선 시장에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다음 연준은 금융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은 이 타이밍에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오히려 예금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뱅크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염려했을 것이다. 은행들에 대한 예금자들의 믿음이 약화된 지금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했다면 예금자들은 ‘은행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까지 포기하면서 은행 구하기에 나서나?’라고 여기고 스마트폰으로 은행예금을 찾으려고 했을지 모른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예금자들에게 당신의 예금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끝으로 연준은 늘 달러패권의 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통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수행함과 동시에 너무 많이 풀린 달러를 흡수해 달러의 수급을 조절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달러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약한 고리의 나라들이 파산하거나 경제위기를 맞으면 그걸 계기 삼아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재차 공고화하곤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하는 것이 경솔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림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는 1.5%p까지 벌어졌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정책당국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조만간 종결될 것이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3월 2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