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경상수지 적자에 실질소득도 줄었는데 주담대만 ‘쑥’

 

 

 

경상수지 적자에 실질소득도 줄었는데 주담대만 ‘쑥’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5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전달에 비해 거의 6조 원 폭증했다. 그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시장이 꿈틀하는 기색을 보이자 빚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하지만 국민경제의 근간이라 할 경상수지는 적자로 전환했고, 가계의 실질소득은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를 기록했을 정도로 경제는 위중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 지킴이를 자처 중인 윤석열 정부와 그런 정부에 부화뇌동하며 집을 사려는 소비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러다 부동산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달에 비해 6조 원이나 늘어난 가계 빚, 그 중 대부분이 주담대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9조 6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1조 7000억 원)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5조 원) 반등한 뒤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더구나 5월 증가 폭(+6조 원)은 지난해 10월(+6조 7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70조 7000억 원)이 5조 7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 8000억 원)이 3000억 원 각각 늘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역시 지난달 5조 3000억 원 늘었다. 증가 폭도 4월(+4조 1000억 원)보다 더 커졌다. 증가분의 대부분을 주택담보대출(+5조 4000억 원)이 차지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000억 원 감소했다.

주담대는 주택거래 증가 등에 따른 자금수요가 지속되고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2차 보전 방식으로 공급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세자금대출도 4월 보합에서 5월에는 7000억 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가정의 달 등 영향이 이어지며 3000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과 4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각각 3만 9000가구와 3만 7000가구를 기록했다. 3월과 4월 입주 물량은 각각 3만 800가구와 2만가구였는데 5월에는 3만 가구로 다시 반등했다. 전세거래량은 3월과 4월 각각 5만 5000가구와 4만 4000가구로 집계됐다. 주담대의 폭증은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반등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부양책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월과 4월 연속 4000건대를 회복했고 전고점에 근접한 단지도 제법 등장했다.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 적자, 상품수지는 2021년 수준에 머물러

주담대가 폭증하는 반대편에선 경상수지 적자 전환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2억 9000만 달러(약 399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작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열한 달째 이어진 흑자 행렬이 멈췄다. 4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51억 1000만 달러)가 작년 4월 이후 1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3월(80억 9000만 달러)보다 3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상품수지와 달리 서비스수지는 16억 6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1년 전(-11억 7000만 달러)과 비교해 커졌지만 한 달 전(-24억 3000만 달러)보다는 줄었다. 본원소득수지는 3월 18억 3000만 달러 흑자에서 4월 33억 7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주로 4월에 국내 기업이 외국인에게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하는 계절적 요인 탓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배당 때문에 대규모 본원소득수지 적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은의 분석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제수지의 근간이라 할 상품수지를 보고 있으면 표정이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던 2021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글로벌 경제가 활황인데도 대한민국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 모두 부진하기 그지 없다.

 

국제수지, 출처 : KOSIS

국제수지, 출처 : KOSIS

가계는 금융위기 이후 첫 실질소득의 감소 

가계의 실질소득도 감소 중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산출 시 쓰는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의 2000~2023년 집계치를 처음으로 내놨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세금과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가계가 소비 지출에 쓸 수 있는 금액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물가 변동 폭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지표만 공개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 소비 부문의 물가 변동 폭을 제거한 실질 지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PGDI(명목기준)는 2545만 원으로 1년간 2% 증가했다. 다만 한은이 처음 공개한 1인당 실질 PGDI는 230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실질 PGDI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4%)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과 이자부담을 소득증가가 따라가지 못한 것인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소득감소세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올 1분기 실질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1.6% 감소했는데 이는 2017년 1분기(-2.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특히 충격적인 건 소득의 대부분을 이루는 실질 근로소득 성장률이 3.9%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실질근로소득 성장률은 2006년(1인 가구 포함)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중핵을 이루는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 중이라는 사실 보다 충격적인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서울 아파트 가격 방어에 올인 중인 정부와 레거시 미디어

국제수지와 가계의 실질소득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의 중추가 무너진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정신이 온전히 박힌 정부라면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옳다. 또한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경제를 이 지경까지 퇴행시킨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가격 방어에만 혈안이다. 레거시미디어들은 ‘서울 아파트 거래가 터졌느니’, ‘신고가 단지가 속출한다’느니 하는 따위의 기사들로 소비자들을 낚시질 중이다. 나라가 망하건 말건 부동산에만 진심인 윤석열 정부와 정부의 기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레거시미디어의 협업 속에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은 익사 중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6월 1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