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기준금리 동결한 연준…3월 인하 가능성은 일축



기준금리 동결한 연준…3월 인하 가능성은 일축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4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시장이 기대하는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의 폭과 속도는 결국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한 미 연준 

미 연준은 이날 올해 들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5.25~5.50%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4번째다. 미국과 한국(연 3.50%)의 금리 격차는 지금의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최근 경제 활동은 지표상으로 안정적 속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일자리 성장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견조하다”면서 “물가 상승은 지난해에 비해 완화됐지만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위원회는 오랫 동안 최대 고용 및 물가 상승률을 2% 목표로 설정해 왔다”며 “이 같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위험은 더 좋은 균형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여전히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FOMC의 이번 결정은 시장 전망과 일치했다.


연준, 시장이 기대하는 3월 금리 인하에는 선 그어


연준이 이번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건 시장이 모두 전망하고 있는 바 였다. 정작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3월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였다. 하지만 연준의 반응은 시장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보다 큰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목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고 설명하며 시장의 3월 기준금리 인하설을 일축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동결하면서 추가적인 긴축정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2023.12.14.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동결하면서 추가적인 긴축정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2023.12.14. 로이터 연합뉴스

 

연준의 이같은 입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열린 회견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서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제는 여러 모로 분석가들을 놀라게 했고, 2% 인플레 목표에 대한 지속적 진전 역시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3월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그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보증할 수준의 확신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강도 긴축 누적에 따라 경기 둔화가 예상됐음에도 미국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로 시장 전망치 2%를 크게 상회하는 기염을 토하는 등 미국 경제지표들은 견조하기 이를 데 없다. GDP성장률 뿐 아니다. 3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약 903만 건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달보다는 10만 건 늘었고, 월가 전망치(880만 건)를 20만 건 이상 웃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 1인당 일자리 수는 1.44개로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 수치(1.2개)보다 높다. 미국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라 할 소비심리도 낙관적이다. 경제 조사 단체 콘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올해 1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한 114.8로, 2021년 12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각종 거시지표들이 이렇듯 견조하다 보니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연준은 이번 FOMC 회의 성명에서 ‘추가 긴축(additional policy firming)’ 문구를 뺐는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고려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올해 물가와 경기 상황,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크므로 섣부른 금리 인하 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융안정 데이터를 확인하며 긴축기조는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폭과 속도는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에 달려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인하할지와 폭은 얼마나 될지를 둘러싸고 설왕설래 중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본격적으로 만지기 시작한 건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내리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내리며, 폭은 얼마나 될지는 연준도 정확히 모른다. 그걸 정확히 아는 건 인플레이션 뿐이다. 인플레이션의 방향성과 기울기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모든 걸 사실상 결정지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2월 1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