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철옹성, 강남 부동산이 흔들린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중핵이자 마지노선이라 할 강남이 흔들리고 있다. 강남을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들의 실거래가가 급락 중이다. 경험칙상 강남이 가장 먼저 오르고 제일 늦게 내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강남 랜드마크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은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다. 이미 부동산 시장 관련 각종 지표들은 2차 조정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더욱이 부채를 감당못하고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한 건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훨씬 상회했고, 5대 은행이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가 폭증하는 등 시장 에너지는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가격 뚝뚝 떨어지고 있는 강남 랜드마크 아파트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면적 196㎡은 지난 10월 67억 원에 거래됐는데, 전 고가(2022년 7월, 80억 원)와 비교하면 무려 13억 원이 떨어졌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면적 78㎡는 지난 10월 직전 거래(8월)보다 3억 원이 하락한 31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충격적인 건 같은 면적 최고가가 2022년 6월에 기록한 43억 8000만 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최고가 대비 무려 30% 하락한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135㎡는 지난 10월 직전 거래가인 33억 원보다 6억 원 떨어진 27억 원에 거래됐다. 전 고가가 2022년 2월의 35억 5000만 원이니 전 고가와 비교하면 무려 8억 5000만 원이 떨어진 것이다. 해당 평형대가 3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5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라 한다.
근래 입주를 시작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지난달 57억 5000만 원에 거래된 전용 116㎡가 불과 한달만인 지난달 4억 7000만 원 빠진 52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위에 열거한 단지들은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위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에서도 한강변을 끼고 있는 대장 아파트들이다. 이런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세가 가파른 건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이 시작되었다는 신호 가운데 하나로 봐도 무리가 아닐 성 싶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3.6.7.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311/6081_17136_5949.jpg)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3.6.7. [연합뉴스 자료사진]
2차 조정을 가리키고 있는 각종 부동산시장 지표들
부동산 관련 각종 지표들도 2차 조정이 시작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초 5만 건 안팎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이달 초 8만 건을 터치하는 등 7만 9000건 내외에서 횡보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언제라도 8만 건을 돌파할 기세다.
매물량은 크게 늘었는데 거래량은 급감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총 3371건으로, 전달 3859건 대비 약 13% 감소했다. 지난 4월 3191건으로 3000건에 턱걸이했던 거래량은 급기야 지난달에는 2239건으로 줄었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추세를 볼 때 서울아파트 10월 매매거래량은 3000건을 하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 정부가 집값 부양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약발이 떨어지자 거래량이 바로 격감중인 것이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8로 전달대비 무려 18.9p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매매가격이 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기할 건 최근 교보증권이 낸 부동산 전망 리포트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24년 부동산 시장전망’ 리포트에서 “현재 금리상태가 장기화하고 내재 수익률과 안전자산 수익률 역전상태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현재 가격대비 최대 30%, 최고점대비 최대 50% 수준의 추가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리포트는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낙폭과 기간은 누구도 알 수 없고 각종 거시지표에 따라 천변만화하겠지만, 중요한 건 부동산 시장이 윤석열 정부의 집값 부양에 의존한 일시적 반등을 끝내고, 2차 조정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개인과 기업은 이미 빈사상태로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에너지 없어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이 있다. 이미 개인과 기업은 빈사상태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지난 9월까지 접수된 개인회생 및 파산 건수는 각각 9만 437건, 3만 1026건 등 총 12만여 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9만 9218건)보다 무려 2만 건 이상 많다. 개인회생과 파산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경제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 수 있다.

은행 무수익여신 잔액
눈길을 끄는 데이터가 또 있다. 무수익여신(NPL : Non Performing Loan)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1~9월)까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매각한 NPL 규모는 총 1조 6286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매각 금액(4193억 원)과 비교해 볼 때 1년 새 무려 4배가 폭증한 수치다.
금융권은 보유 여신을 건전성 수준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여신을 통상 ‘NPL’이라 칭한다. 1금융권의 NPL은 대부분 기업 대출에서 발생하는데, 은행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한 기업의 부동산 담보 등을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 전문투자사에 넘겨 자금을 회수하곤 한다.
한데 올해 들어 NPL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원리금을 상환 못하는 기업들이 급증한다는 뜻인데 이는 최근 국민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를 웅변적으로 방증한다.
레거시 미디어와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금리만 조금 내려가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희망회로를 돌리는 모양이다. 개인과 기업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통계들이 쉽게 확인되는데도 그들의 종교적 신념은 훼손하지 못하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