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아가리’처럼 벌어진 소득격차…더 벌리는 윤 정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3.5.25. 연합뉴스
저소득층 적자액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하고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올 1분기 소득 양극화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화되고 있다. 1차 분배에 해당하는 시장소득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터라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집행해 2차 분배에 총력을 경주해야 하건만 윤석열 정부는 감세 드라이브만 천명 중이다.
천국과 지옥의 공존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8만 3000원으로 1년 전보다 6.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7만 6000원으로 불과 3.2%만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의 소득 증가률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보다 2배 가까이 된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측면에서는 1분위와 5분위 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5만 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86만 9000원으로 4.7% 증가했다. 상위 20% 고소득자의 증가율이 3배 이상 높다.
소득 5분위는 소비증가율도 타 분위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17.7%를 기록했으며,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512만 5000원을 찍었다. 한편 소득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교통(16.5%), 음식·숙박(13.4%), 교육(11.4%) 등 순인데 반해, 1분위 가구는 주거·수도·광열(23.1%), 식료품·비주류음료(19.0%), 보건(13.9%) 순이었다. 쉽게 말해 소득 5분위는 해외여행가고, 즐기고, 사교육에 돈을 쓴 반면 1분위는 입에 풀칠하는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충격적인 건 1분위 가구가 월평균 46만 원의 적자 살림을 했다는 사실인데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이 53.7%나 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5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월평균 374만 4000원의 흑자를 냈는데, 이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무려 42.2%에 달하는 액수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1분기 소득 5분위별 가구당 소득과 지출 현황을 알 수 있다.

통계청 제공
5분위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1분위를 압도하다 보니,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1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 5분위 배율은 6.45배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 6.20배보다 악화됐다. 시장소득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1분기 중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5.65배로 1년 전 14.81배보다 확대됐다.
넘쳐나는 소득을 주체하지 못해 해외여행 등을 다니면서도 잉여를 축적하는 소득 상위 20%가 있는가 하면 매달 빚을 내 모진 목숨을 연명하며 죽지 못해 사는 소득 하위 20%가 있다. 이쯤 되면 천국과 지옥의 공존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복지를 늘려야
1분기 분위별 소득 불평등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특히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불평등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이 분위들이 공존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시장소득의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지렛대로 한 2차 분배를 통해 시장소득의 불평등을 보정하고 완화해야 한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는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공평과세와 적극적 복지정책을 통해 소득 양극화를 치유해야 할 것이다.
뱀의 아가리처럼 벌어지고 있는 소득 격차는 사회통합을 위태롭게 만들며 공동체 정신을 결정적으로 침식한다. 천국에 살면서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과 매일 지옥에서 천국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항구적으로 사이좋게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