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금리 장기화 전망…부동산 빚투 꿈 깨시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40년만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도래를 정확히 예측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가 이창용 총재와의 대담을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 견조한 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을 전망했다. 또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미 국채수익률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지만,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국채발행액이 줄어들기 어려운 터라 미 국채수익률의 안정적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근년에 경험한 초저금리의 재현을 전제로 한 자산시장 접근은 금물이다.
미 국채 10년물의 적정 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본 서머스 교수
서머스 교수는 6일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 포럼을 계기로 진행된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화상 대담에서 특기할 만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서머스 교수는 이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은 예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11월 금리를 동결한 것에 놀라지는 않았다”라며 “현재 환경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연준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굳이 추측하자면 연준이 12월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마도 한 번은 더 움직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이 앞으로 25bp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이 현재의 통화정책을 매우 제약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장기 국채수익률의 상승으로 단기 국채수익률에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연준의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서머스 교수가 미 국채 10년물의 적정 금리 수준을 5% 이상이라고 봤다는 사실이다. 그는 “실질 중립 금리가 1.5%에서 2% 사이이고 향후 몇 년간 물가 상승률은 평균 2%에서 2.5% 부근, 기간 프리미엄은 100bp에서 150bp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10년 만기 금리는 5%나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이 5%를 잠시 뚫었을 때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서머스 교수의 예측은 섬뜩하다.
한편 서머스 교수는 미국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 재정 상황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머스 교수는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의 중립 금리도 글로벌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 포럼을 계기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2023.11.6. [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311/5874_16371_4525.jpg)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 포럼을 계기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2023.11.6. [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
미국의 구조적 재정적자 근본적 해소 없으면 국채수익률 안정은 난망
16년 만에 5% 선을 뚫었던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국채발행 규모 조정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등에 힘입어 4.6% 언저리에서 등락 중이다. 문제는 재무부가 국채발행규모를 다소 줄이고 FOMC가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한다고 해서 미 국채수익률이 하향안정화되는 게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
10년물을 위시한 미 국채수익률이 2007년 이후 가장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근본원인은 무엇보다 수급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미 국채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던 중국과 일본 같은 해외 큰손들이 이탈한 상황이라 미 국채수익률 상승(미 국채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국채의 발행규모를 현격히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어렵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무려 1조 7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정부 재정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를 초과할 것으로 봤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국채발행액도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미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 잔액은 26조 달러가 넘고 미국 정부는 이자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를 사용 중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이다.
미 연방정부는 빚더미 위에 앉아 국채를 발행해 국채 이자를 갚고 있는 형국인데 기후위기 대응, 국방비 지출, 리쇼어링 등 돈 쓸 일 천지다. 국채를 한도 끝도 없이 발행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년간 연 5.5% 수준에서 맴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길은 자명하다. 서머스 교수의 지적처럼 “고통스러운 지출 감축을 하기 전에 먼저 세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이 쉽지 않다.

미국 GDP대비 정부 부채비율, 출처 : 트래이딩이코노믹스
고금리가 길게 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서머스 교수의 전망, 재정적자의 늪에 빠진 채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는 신세인 미국 연방정부 등을 감안할 때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를 각오하는 건 합리적이다.
지금은 초저금리의 조속한 재현을 기대하면서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에 베팅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초저금리가 도래할 때까지 견디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초저금리의 시대가 다시 올지는 누구도 모르며, 설사 온다고 해도 그게 언제일지도 알 수 없다.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서 하는 투자를 극력 삼가야 할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