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으로 이룬 경상수지 흑자 지속 가능할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간 대한민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하던 상품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사실이다. 상반기 경상수지가 흑자방어에 성공한 건 다행한 일이지만, 그 주된 원인이 경상수지가 아닌 본원소득수지 흑자에 기인한 점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제조업 수출 기반의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상품수지가 아닌 본원소득수지의 흑자기조를 지속할지도 의문일뿐더러 그에 수반될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로 가까스로 방어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3년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4억 4000만 달러를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248억 70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90%가 급감한 수치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심란하다. 상품수지는 34억 7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2.5% 줄었고, 수입은 5.9%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도 건설수지를 제외하면 가공서비스 및 운송수지, 여행수지 등이 모두 적자를 냈다. 서비스수지의 적자 폭은 무려 119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전소득수지도 16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견인하던 상품수지가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서비스수지의 적자 규모가 처참한데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건 단연 본원소득수지의 대규모 흑자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상반기 누적으로 무려 194억 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배당소득이 지난해 13억 2000만 달러에서 올해 159억 달러로 폭증했고, 이자소득은 45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본원소득수지의 흑자 규모는 경상수지의 약 8배 수준이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의 상반기 경상수지가 어렵사리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원인은 본원소득수지의 대규모 흑자가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등의 적자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상품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지 않고도 본원소득수지의 흑자만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며, 부작용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월별 경상수지(2023년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네 항목
여기서 먼저 경상수지는 무엇이며 구성항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는 외국과 물건(재화)이나 서비스(용역)를 팔고 산 결과를 종합한 것을 말한다. 즉, 국가 간 상품 및 서비스의 수출입,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대가의 수입과 지급을 종합적으로 나타낸다. 이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상품수지는 상품의 수출액과 수입액의 수지 차를 뜻한다. 무역수지는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에 파는 제품만 수출로 잡히지만,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이 제3국에 판매한 상품도 통계에 잡히는 만큼 상품수지가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 서비스수지는 외국과의 서비스 거래 결과 벌어들인 돈과 지급한 돈의 수지 차로 운송·여행·지식재산권사용료 등으로 구성된다.
본원소득수지는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받은 급료, 임금 및 투자소득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은 급료, 임금 및 투자소득의 수지 차를 의미한다. 경상이전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무상으로 주고받는 거래의 수지 차를 뜻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가 보내오는 송금, 해외 종교기관이나 자선단체로부터 오는 기부금과 구호물자, 정부 간의 무상원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시적 본원소득수지 의존 말고 상품수지 흑자를 시현해야

경상수지 추이
대한민국이 경상흑자국이 된 1998년 이래 흑자의 주역은 늘 상품수지였다. 사상 최대의 경상 흑자를 달성했던 2015년(1051억 달러)같은 경우도 서비스수지와 본원이전수지는 적자였지만, 1203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수지 흑자를 통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할 수 있었다.
한데 지난해부터 이상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작년 대한민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1년 이후 최저인 298억 달러 흑자였는데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229억 달러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 151억 달러를 능가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더 심화하는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는 본원소득 중심 흑자 구조를 가진 일본과 여전히 상품수지가 중심인 독일의 중간 단계”라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이고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투자만으로 먹고사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경상수지 내 본원소득의 중요성이 높아진 건 맞다”고도 했다.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배당과 이자를 많이 받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본원이전 소득은 그 속성상 부침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외 직접투자의 폭증은 외화 유출, 국내 산업기반 약화, 국내 일자리 축소 등의 수다한 부작용도 수반한다.
그간 대한민국이 고도성장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제조업에 기반한 상품수지 흑자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역량을 도외시한 채 부업에 집중한 결과가 좋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상품수지 흑자를 시현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해야 옳다. 그 첫걸음은 대한민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개념으로 편입시킨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미국 맹종주의를 시정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