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부도·악성 미분양·분양사고 폭증…백척간두 건설업계



부도·악성 미분양·분양사고 폭증…백척간두 건설업계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가까스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건설사들의 폐업과 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그 여파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현장이 속출하는 탓에 주택 분양과 임대보증 사고도 확산일로다. 뿐만 아니라 빙하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 경기를 반영하듯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 마디로 건설업계가 사면초가 상태인데 이는 2014년 이후 무려 8년에 걸쳐 진행된 부동산 대세상승기에 과도하게 몸집을 키운 건설업계의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 때마침 금리, 경기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계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만큼 윤석열 정부는 건설업계에 대한 인위적인 부양책을 중단하고 건설업계의 건강한 구조조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난 해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가 2005년 이후 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부도 처리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건설업체가 잇따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늘고 이에 따른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 공고를 보면 작년 12월 건설사 10여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벌써 1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2곳으로 지난 2022년에 비해 8곳(50%) 늘었고,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총 2천347건으로 23% 늘었다. 또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1년 전(362건)보다 219건 증가한 581건에 달했는데, 이는 2005년(629건)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았다.


주택 분양·보증사고 확산 일로에 놓여

부도나거나 파산한 건설사가 속출하면서 분양보증과 임대보증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분양·임대보증은 아파트 시공사 또는 시행사의 부도나 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계약자들의 요구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거나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반드시 HUG의 분양·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국의 분양·임대보증 사고는 15건(분양보증 사고 12건, 임대보증 사고 3건), 사고 금액은 9445억 원에 달했다. 2022년에는 1건, 57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금액 기준으로 165배나 급증한 수치다. 새해 들어서도 벌써 전북 익산에서 임대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HUG가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더라도 원금만 지급하기 때문에 분양대금을 대출 등으로 조달해 이자가 발생했다면 계약자들은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시공사 교체 시에도 대체할 건설사를 제때 찾지 못해 계약자들이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된다.


준공후 ‘악성 미분양’도 우상향 추세…공매에 들어간 곳도 있어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터라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 7925가구를 기록한 가운데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하고 남은 ‘악성 미분양’은 1만 465가구에 달한다. 이는 작년 초(7546가구) 대비 무려 38%가 증가한 것이다.

심지어 미분양 주택을 통으로 공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신세계건설이 작년 8월 대구시 수성구에 준공한 빌리브 헤리티지는 전체 146가구 중 25가구만 분양되고 나머지 121가구는 준공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집으로 남아있다. 분양률이 17%에 그친 가운데 시행사가 작년 12월 만기가 돌아온 1400억 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분양 121가구에 대해 오는 30일부터 공개 매각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 변제액 추이. 연합뉴스



지금은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건설업계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간

건설업계가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인 건 분명해 보인다. 건설업계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감안할 때 건설업계가 겪는 고통이 강 건너 불일 순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얼음같은 냉정함이다. 건설업계가 처한 곤경은 안타까운 일이고 곤경의 상당부분이 금리와 경기 등 통제할 수 없는 거시지표들이 건설업계에 적대적으로 변한 까닭인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2014년 이후 8년에 걸쳐 진행된 부동산 대세상승기에 건설업계가 과도하게 비대해진 것도 명백하다. 단적인 예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윤을 좇으면서 건설업계가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만큼 건설업계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정해진 이치였다. 단지 시간이 문제였을 따름이다.

너무나 비대해진 건설업계는 현재 금리 및 경기 등의 거시지표에 의해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당하는 중이다. 구조조정을 건강하게 통과한 이후 건설업계는 한결 경쟁력 있는 업체들로 재구성될 것이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관철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부에게 바라는 건 오직 한 가지다. 지금처럼 공연히 건설업계를 살린답시고 인위적인 부양책을 강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바다는 맑아지는 법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1월 25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