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부동산 시장, 2차 대세하락 쓰나미가 몰려왔다




부동산 시장, 2차 대세하락 쓰나미가 몰려왔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건수가 10만 건을 넘어 9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또한 미분양이 늘어나는 가운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건수가 석달 연속 1만 건을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불패를 자랑하던 강남에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바야흐로 부동산 시장이 눈 위에 서리가 내린 형국이다.

 

 

 

임의경매 개시 10만 건 넘어 9년만에 최다


1월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 5614건으로 지난 2022년에 비해 무려 6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12만 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통상 근저당권자나 전세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집행한다. 임의경매는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어 강제경매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가운데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은 3만 9059건에 달했다. 이 역시 전년(2만 4101건)에 비해 62% 급증한 수치다. 소위 ‘영끌족’들이 소유한 부동산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대거 임의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데다 부동산 시장 경기도 최악인데 더해 국내 거시경제지표도 암울하기 이를 데 없어 올해도 임의경매로 나오는 부동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 2489가구로 전월보다 7.9%(4564가구) 늘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초 7만 5000가구까지 불었으나, 3월부터 9개월 내리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새로 분양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지난해 7∼9월 월간 1만 가구대였던 분양 물량이 10월 3만 3000가구, 11월 2만 1000가구, 12월 2만 9000가구로 늘면서 미분양도 다시 증가했다. 늘어난 미분양 물량 대부분(66.5%)은 수도권에서 나왔다.


특기할 점은 작년 12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1만 31가구로 한달 새 43.3%(3033가구)나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인천이 3270가구로, 전월(1298가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경기는 5803가구로, 전월(4823가구) 대비 20.3% 늘었다. 서울도 81가구(9.2%) 늘어난 958가구로 집계됐다.


주목할 대목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3개월 연속 1만 가구를 넘겼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857가구로 전월보다 3.7%(392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0월(1만224가구)부터 3개월 연속 1만 가구를 넘긴 것이다.


준공이 끝나 사용검사를 받은 뒤에도 분양되지 않는 주택이 쌓이면 PF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 특례보금자리론 및 50년 만기 주담대의 약발이 다하자 미분양 및 악성미분양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국토교통부


출처 : 국토교통부

불패 자랑하던 강남에도 매물 켜켜이 쌓여 

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은 7만  8648건으로 1년 전(5만 2236건)에 비해 무려 50.5% 증가했다. 자치구별 매물 증가율을 살펴보면 광진구 81.4%, 서초구 77.2%, 강남구 67.3%, 동작구 64.4%, 송파구 58.3%로, 강남 3구가 서울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최근 한 달 사이 증가율을 살펴봐도 송파구가 11.9%(5324건→5961건)로 1위였으며 서초구가 11.2%(5601건→6232건)로 2위, 강남구는 8.3%(6230건→6751건)로 4위였다.


불패를 자랑하던 강남에도 물건을 팔려는 매도자들이 던지는 매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다섯째 주(1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9주째 하락을 이어 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5% 하락하면서 지난주(-0.03%)에 비해 낙폭이 확대됐다. .

 

 

 

눈 위에 서리가 쌓인 형국의 부동산 시장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폭증하는 임의경매 건수, 미분양의 추세적 증가, 쌓이는 매물 등 모든 면에서 첩첩산중이다. 눈위에 서리가 쌓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악재가 또 나왔다. 가격의 선행지표라 할 거래량이 사정없이 부러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9321건으로 전월 1만 1619건 대비 19.8% 줄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만 건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월(6332건) 이후 11개월 만이다. 특례보금자리론 및 50년 만기 주담대 등의 약발로 6월 1만 7401건까지 오르기도 했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추세적 감소를 거듭하다 마침내 다시 1만 건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어떤 지표를 봐도 부동산 시장에 2차 대세하락의 쓰나미가 밀려왔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