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불타는 미국 고용 시장…물 건너간 조기 금리 인하



 

불타는 미국 고용 시장…물 건너간 조기 금리 인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7월 기준금리 인하전망을 철회했다. 5월 비농업부문의 일자리 증가세가 시장 전망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고용시장이 견조하면 인플레이션의 핵심인 서비스물가가 꺾이지 않는다.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미국의 고용시장 때문에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미국의 5월 고용시장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가 지난달보다 27만 2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4월 증가 폭(16만 5000개)은 물론이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만 개)를 훨씬 웃돈 수치다. 심지어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지난 1년 간 평균 증가폭(23만 2000명)도 넘어설 만큼 폭발적이다.

평균 시간당 소득은 지난달보다 0.4% 늘며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실업률은 4월(3.9%) 대비 0.1% 포인트 증가한 4.0%를 기록했는데, 실업률이 4%대를 보인 것은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5월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 후 미 채권시장 수익률은 급등했고, 주가지수 선물은 하락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고용지표 발표 직후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6%로 내다봤다. 전날은 31%였다. 또한 7월 금리 동결 확률은 78%에서 91%로 상향됐다.

씨티그룹은 9월, JP모건체이스는 11월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춰

시장이 5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 폭증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4월에 비농업 부문 고용이 1~3월에 비해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미국의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6만 5000명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1~3월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어서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시장에 퍼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일 미국 노동부가 “미국의 4월 구인 건수가 시장 전망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연준이 이르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판단에 주된 근거로 사용되는 노동시장 지표가 방향을 전환함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변경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는 7월로 예상했던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를 각각 9월과 11월로 늦췄다. 씨티그룹은 연내 금리인하 횟수도 기존 4회에서 3회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도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내렸다. 두 회사는 다른 금융회사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9월 이후로 변경하는 상황에서도 최근까지 7월 인하 전망을 고수해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물가 관련 지표들을 주목하는 중

연준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건 물가 목표 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물가가 잡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이 꺾여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서다. 지금처럼 고용이 불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 자칫 경솔한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운 표정의 시장은 11~12일 열릴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12일과 13일 연달아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구매자물가지수(PPI)를 주시하고 있다. 결국 고용과 물가 관련 거시 데이터의 추세가 연준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6월 1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