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빚더미 공화국을 덮칠 쓰나미…고유가·고금리·고환율

 

 

 

 

 

 

빚더미 공화국을 덮칠 쓰나미…고유가·고금리·고환율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가계부채 2000조 원 돌파가 시간문제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부채의 증가세는 더 무섭다. 기업부채도 2000조 원에 빠른 속도로 접근 중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빚더미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고유가와 고금리의 해일이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는 중이다. 한 마디로 한국경제는 사면초가에 첩첩산중의 형국이다.

 
가계부채 2000조원 돌파를 강력히 경고한 한국은행

9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가계부채) 비율은 101.7%로 집계됐다. 1분기 101.5%보다 0.2%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73.4%)과 신흥국(48.4%)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105.7%로 최고치를 찍은 뒤 올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감소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인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윤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경기부양책에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드라이브를 중단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8월 은행권 대출 증가만 무려 25조 원에 달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별다른 정책 대응이 없다고 가정하면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매년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이 1862조8000억 원이므로 6%씩 늘어날 경우 1년 뒤 1974조 원, 2년 뒤 2093조 원에 달한다. 가계부채 2000조 원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세보증금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한편 가계대출 차주들이 진 빚은 소득의 세 배 수준으로 파악됐다.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기업부채, 코로나 직전보다 50% 폭증…잔액 2000조 눈앞

가계부채만 통제불능의 위험상태로 질주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부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기업대출(산업별대출금)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8000억 원으로 1년 전(1713조1000억 원) 대비 7.57%(129조7000억 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2018년 말 1121조3000억 원에서 2019년 말 1207조8000억 원, 2020년 말 1393조6000억 원, 2021년 말 1580조7000억 원, 지난해 말 1797조7000억 원 등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반 만에 52.6% 늘어났다.

절대액수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매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인용한 데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한국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로 2019년 대비 18.3%포인트(p) 상승,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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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은 폭증하는 반면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2019년 말 84.27%에서 2020년 말 85.75%, 2021년 말 86.43%에 이어 2022년 말에는 92.13%로 상승했다. 은행 월별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내내 0.3%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1월 0.4%로 상승한 뒤 지난 4월과 5월에는 0.5%까지 올라갔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 쓰나미 몰려온다

빚더미 위에 앉은 한국경제에 충격과 공포의 해일이 몰려오고 있으니 고유가와 고금리가 바로 그것이다. 국제유가를 대표하는 WTI(서부텍사스유)는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WTI는 한국시간 27일 기준 배럴당 93.68달러를 터치하기도 했다.

근원물가가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유가가 고개를 바짝 드는 형국이니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승리는 요원하다 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금리의 기초가 되는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10년물이 한때 4.6%를 돌파할 정도로 천정이 완전히 열린 형국이다. 주지하다시피 미 국채수익률은 모든 금리의 토대이자 바탕이다. 미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 다른 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다.

 


 

미 국채수익률(20231002), 인베스팅닷컴

미 국채수익률(20231002), 인베스팅닷컴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견인하고 자연스럽게 고금리를 수반한다. 가뜩이나 연준이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를 천명한데 더해 유가마저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킹달러는 정한 이치다. 거기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는 원화를 더욱 약세로 몰아넣고 있다.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57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희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당인데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각편대가 쓰나미가 되어 한국경제를 강타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방어에만 올인하는 윤석열 정부

국정을 책임진 정부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과 공정성과 판단능력이 있다면 윤석열 정부는 당장 부자감세정책을 철회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가동하며, 대중국적대정책을 포기해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려고 시도하고, 가계부채 폭등의 주원인인 부동산경기부양책을 폐기해야 한다.

하지만 윤 정부는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주택공급확대정책이랍시고 부동산PF에 정부와 금융기관의 돈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 가격 방어에만 혈안인 윤 정부가 대내와 대외에서 동시에 복합적으로 진행 중인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암울하기만 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10월 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