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첫눈 오기 전 2차조정 본격화 될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10월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거래가격이 가까스로 10억원에 턱걸이 하고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집값 올리기 정책에 힘입어 반등하는 듯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급속히 조정받는 모양새다. 시장의 반등이 전적으로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 덕택이었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폭증을 우려한 정부가 대출을 조금 조이자 시장이 마약을 끊은 환자처럼 기운을 잃었다. 부동산 시장을 큰틀에서 규율하는 금리, 환율, 성장률, 무역수지 등의 거시지표들이 거의 전부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가리키고 있는만큼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이 첫눈 내리기 전에 가시화 될 듯 싶다.
평균거래가 10억 원이 붕괴될 위기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1일 현재 10월에 거래된 525건의 아파트 평균거래가격은 10억 603만 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아직 10월이 일주일 넘게 남아 이달의 확정된 아파트 평균거래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지만 500건이 넘는 매매가격들의 평균 수치인만큼 충분히 유의미한 통계라 할 수 있다. 이달 평균거래가격은 전달인 10억9991만원보다 무려 8.5% 떨어졌다.
2021~2022년 집값 폭등기에 12억 원을 웃돌던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거래절벽이 극심했던 작년 하반기에 8억~8억 4000만 원으로 떨어진 바 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9억 6914만 원으로 올라선 가격은 4월부터 급격한 상승추세를 보이며 10억 원선을 넘겼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져 7월과 8월에는 각각 11억 2783만 원, 11억 3273만 원으로 올랐다가 지난달 10억 9991만 원으로 내려갔다. 평균 거래금액이 하락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그런데 여기서 무려 8.5%가 더 하락한 것으로 이제 평균 거래가격 10억원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선 느낌이다.
거래량 멸종 시대로 다시 회귀하나?
서울 아파트 시장이 평균거래가격만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거래량이다. 시장의 선행지표라 할 거래량이 무서울 정도로 붕괴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10월 23일 현재 523건이다. 물론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1월 30일이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특별한 모멘텀 없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00건을 넘기가 어려워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1년 11월 1361건으로 추락해 1000건대로 떨어진 이후 급기야 22년 7월 664건으로 붕괴한 바 있다. 그 후 22년 12월까지 세자리 수를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윤 정부의 전방위적 집값 올리기 정책에 힘입어 23년 1월 1411건으로 1000건대를 회복했다. 이후 2월 2451건, 3월 2985건, 4월 3187건, 5월 3427건, 6월 3848건으로 꾸준히 늘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월 3588건으로 주춤한 후 8월 3845건으로 조금 회복하는 듯하다 9월 3269건(10월 31일이 지나야 정확한 거래량을 알 수 있다)으로 재차 기세가 약해졌다. 그러다 10월 들어 거래절벽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6000건대를 기록하는 것이 정상이다. 근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000건대 미만으로 떨어진 건 실거래가 등록 이후 최초다. 그러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 올인 정책에 기대 고작 3000건대로 올라선 걸 호들갑 떨며 환호작약하던 레거시 미디어들의 보도작태도 어처구니 없지만, 그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2차 조정을 강력히 예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2023.10.23현재)
대출 조이자 서울 아파트 시장 바로 휘청
서울 아파트 시장이 10월 들어 급속도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는 건 무엇보다 윤 정부가 마음 먹고 풀었던 대출을 가계부채의 폭증이 무서워 조였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반등하는 것처럼 보였던 까닭은 3040세대의 영끌 탓이다. 1~7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만 1313건으로 1년 전(1만 959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4% 늘었다. 40대가 5997건으로 128%, 30대가 7055건으로 114%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다. 동 기간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3040 비중은 무려 61%였다. 한편 주택자금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3040들의 영끌을 가능케 한 보급창고 역할을 했다.
그런데 영끌을 가능케 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공급이 9월에 중단되면서 보급이 끊기자 3040을 위시한 전 세대의 영끌이 급감했고, 이게 바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및 거래 조정으로 직결된 것이다.
윤 정부가 듣도 보도 못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모기지를 만들어 시장에 기름을 부어넣다가 그 공급밸브를 죄자 바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볼 수 있다. 지난 8개월 동안의 시장 반등은 죽은 고양이가 잠시 움직인 ‘데드 캣 바운스’에 불과했던 것이다.
참고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0월 17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4.53~7.12%다.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4.14~6.58%다.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6개월)는 4.59~6.59%이다. 이제 주담대 금리는 상단 8%를 근심할 처지에 놓였다.
금리, 환율, 성장률, 무역수지 등 거시지표 모두 부동산 시장에 적대적
윤 정부의 대출 풀기를 통한 집값 올리기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던 요인이 사라지자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을 지시하는 거시지표들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글로벌 금리의 기준이라 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5%를 위협 중이다. 환율은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헐어 환율을 방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350원선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 OECD가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모두 1%대로 추정했고,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세계 208개국 가운데 200위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시지표들이 부동산 시장에 극히 적대적인데다 2차 조정을 강력히 가리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윤 정부와 영끌러들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던 대출조차 더 이상의 완화를 용납 못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10월이 서울 아파트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의 시발점이 될 지 모른다. 어쩌면 첫눈이 내리기 전에 2차 조정이 가시화되는 걸 목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