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두달째 1천건대…강남구마저 감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1월에 이어 1,000건대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작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사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만기 주담대의 약발이 떨어진 탓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위치한 강남 역시 거래량 빙하기는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 가격에 가장 선행하는 지표가 거래량임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이 2차 대세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장참여자들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만 하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지만, 그 시점은 자꾸 뒤로 밀리는 중이다.
12월에도 1천건대에 머물 가능성 부쩍 높아진 서울 아파트 매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이날 기준 1730건으로 11월의 1,843건에 이어 두 달 연속 1,000건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월(1,413건) 이후 윤석열 정부가 집값을 떠받칠 요량으로 투사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에 힘입어 거래량 반등에 성공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899건까지 상승한 이후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했고 급기야 지난 해 11월에는 1,000건대로 떨어졌다.
거래량 상승이 윤 정부의 대출 모르핀이라 할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 덕택이었던 것처럼 거래량 하락도 임계점을 아득히 돌파해 폭주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윤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과 50년 만기 주담대를 통제한 때문이다. 거래량이 상승하면 평균 거래금액도 증가하고 거래량이 하락하면 평균 거래금액도 감소하는 게 통례인데 아래 그래프는 이를 정확히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 및 거래량,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4분기 거래의 52.6%가 3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하락거래로 나타났다. 서울뿐 아니다. 지난 4분기에 거래된 전국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전 분기 실거래가보다 낮게 거래됐다. 거래량이 이렇게 중요하다.
강남의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빙하기에 접어들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강남 아파트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강남에 소재한 아파트들의 매매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각각 ▲198건 ▲140건 ▲116건 ▲87건으로 감소했다. 서초구도 ▲144건 ▲88건 ▲73건 ▲59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송파구는 ▲258건 ▲144건 ▲105건 ▲133건으로 12월에 거래량이 반등하긴 했지만 추세적으로 보긴 어렵다.
거래량이 감소 추세이다 보니 가격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했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가 속한 동남권 낙폭은 0.05%에서 0.06%로 확대됐다. 특히 송파구의 하락률은 0.13%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23일 23억 4000만 원(14층)에 거래됐는데 이달 6일 22억4000만 원(6층)으로 1억원 떨어졌다. 리센츠 전용면적 84㎡ 가격도 지난해 10월 24일 25억 9000만 원(26층)이었지만 이달 5일 22억 2500만 원(25층)으로 3억 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시장에서 성골(?) 취급을 받는 압구정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압구정동 현대3차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다”며 “작년 말에는 33평형이 40억 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었는데 최근 많이 내려 33억 5000억 원 급매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와 매매가 추이. 연합뉴스
많은 시장참여자들 학수고대하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 계속 밀려
서울 및 강남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이 보여주듯 부동산 시장은 데드켓 바운스를 마치고 2차 대세하락기에 진입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만 눈이 빠져라 쳐다보는 형국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말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시점이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동산에 목을 맨 이해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미 연준의 최초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자꾸 뒤로 밀리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워낙 견조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8만 7000건을 기록해 전주 대비 1만 6000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9월 중순 이후 최저치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 건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심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고용지표가 여전히 너무 강력한 것이다.
고용뿐 아니라 소비도 불타오르고 있다. 미시간 대학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78.8로 지난해 12월의 67.7보다 무려 9.1p 높아졌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 폭도 2005년 이후 가장 컸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소비의 나라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대략 70%를 차지하는데 이 소비가 견고하다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대만큼 떨어지기 어렵다. 미국의 소비가 불타오르고 있음은 실증적인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4%)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역시 전월(3.1%)보다 0.3%p 상승했고 전문가 예상치인 3.2%도 웃돌았다.
고용지표와 소비지표가 이렇게 탄탄하다 보니 미 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후퇴 중이다. 2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46.2%로 전망했다. 지난달에 90%를 넘겼던 것과 대조적인 수치로 특히 일주일 전 80% 수준에서 최근 50%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올 2분기 혹은 3분기 중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 중이지만 그것도 고용 및 소비지표가 연준의 기대를 충족할 만큼 내려와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요약하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은 누구도 모른다. 설사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따라 내릴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설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찔끔 내린들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을지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