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설탕, 커피 그리고 우유의 습격

 

 

 

설탕, 커피 그리고 우유의 습격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상승세가 주춤하던 설탕값이 엘니뇨(El Nino)의 영향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커피 원두 수확량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유(原乳)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마당이라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의 가격도 들썩일 전망이다.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엘니뇨의 복귀에 들썩이는 설탕값과 원두값

 

4년 만에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설탕값과 원두값이 벌써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을 말하는데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엘니뇨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8도 높은 상태다. 엘니뇨는 여름이 지나면서 점차 강해지고 겨울에는 이른바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도 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전체의 기온이 0.2도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역에 따라 폭염과 가뭄, 홍수가 더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엘니뇨 발생에 관한 보고서가 나온 직후에 국제 설탕 가격이 4.5%가량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달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주춤했었다. 한데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한 보고서가 나오자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 수확량이 엘니뇨로 인해 격감할 것을 우려해 가격이 튄 것이다.

 

이미 세계 2위 설탕 수출대국인 인도가 엘니뇨의 내습(來襲)을 대비 중이다. 인도는 수출을 위해 할당한 610만t이 이미 소진되면서 설탕 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설탕 수출 허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엘니뇨가 발생할 때마다 극심한 가뭄을 겪어왔던 경험을 인도 정부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슈거플레이션만 문제가 아니다. 커피플레이션도 공세를 준비 중이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원두 수확이 줄 것을 반영해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쓰는 저렴한 원두 품종 중 하나인 로부스타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커피도 마음 놓고 먹기 힘든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몰려오는 밀크플레이션의 파도

 

슈거플레이션과 커피플레이션만 해도 버거운데 밀크플레이션까지 다가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낙농진흥회장, 수요자, 유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하며, 통계청이 매년 1회 전년도 생산비를 발표하면 생산자와 수요자는 통계청이 발표한 전년도 생산비를 기준으로 당해 연도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올해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유 가격의 인상은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의 가격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물가 상승률은 9.1%로 2014년 8월(11.4%)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이 달리는 말에 채찍질 역할을 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정부에서는 원유 가격의 상승이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호언하지만, 그 말이 맞을지는 시간이 알려 줄 것이다.

 

설탕과 커피와 우유 없이 생활하는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일상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설탕과 커피와 우유 가격의 상승은 가계와 각종 자영업자들을 직격할 것이다. 그리고 항용 그렇듯 저소득층과 한계선 상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대의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6월 15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