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실거주 의무 폐지하라” 투기꾼 대변인 된 윤 대통령

 

 

 

 

 “실거주 의무 폐지하라” 투기꾼 대변인 된 윤 대통령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윤석열 대통령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국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는 야당인 민주당에게 요구한 것인데, 노란봉투법 등 야당이 통과시킨 민생법률안들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거부해 온 윤 대통령의 이런 협조 요청은 요령부득이다. 더구나 하필 협조를 구하는 것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라니 어이가 없다. 실거주의무제는 주변보다 시세가 낮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 투기세력이 아닌 무주택 자가점유자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윤 대통령은 이걸 없애야한다고 강변 중이다. 윤 대통령은 아예 투기세력의 호민관이 되려고 작정한 듯 보인다.


거부권 행사 반복하면서 야당에 실거주 의무폐지 요청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회에 신속한 여야 합의 처리를 요청했다 한다. 말이 여야 합의이지 야당인 민주당에게 요청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두고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불합리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어 “무주택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입주 시점에 전세금 반환 지연 등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법을 위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무주택 실소유자 걱정(?)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 4만 7000여 호 중 3분의 1 가까이가 내년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1년 가까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하필 야당인 민주당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투기조장책인 실거주 의무 폐지라는 것도 가관이지만, 거부권 행사를 남발하던 윤 대통령이 안면몰수하고 야당에 실거주의무폐지를 요구하는 것처럼 윤리적 미감을 거스르는 일도 드물다. 의회의 입법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윤 대통령이 자기 입맛에 맞는 법률 개정을 의회에 요구하는 것보다 의회를 능멸하기도 어려울 성 싶다.

 
실거주의무제는 투기꾼 아닌 무주택실거주자를 위한 제도

윤 대통령의 실거주의무폐지 요구 자체도 부당하기 짝이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은 주변 보다 시세가 현저히 저렴하기 때문에 청약에서 당첨되는 순간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하여 관건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동주택의 속성상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시세차익이 가급적 투기꾼이나 다주택자가 아닌 무주택 실거주자에게 귀속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제’ 같은 장치들이 설사 투기세력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에 청약이 가능하다 해도 청약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파제 노릇을 해 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올초 미분양 위기에 빠진 둔촌주공을 구하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고 ‘실거주 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전국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로 둔촌주공은 미분양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문제는 ‘분양권전매제한’기간 단축은 입법사항이 아니지만 ‘실거주의무제’폐지는 입법사항이라는 사실이다. 윤 정부는 압도적 원내 1당인 민주당과의 논의나 공감대 형성도 없이 일방적으로 ‘실거주의무제’폐지를 공언한 것이다.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무책임하게 벌여놓고 이제와서 민주당더러 협조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실거주의무제’폐지는 투기조장책이라는 사실이다. 분양받은 주택에 거주의사가 없는 최초 수분양자는 전적으로 단기 시체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무주택 실소유자들을 걱정해 주는 척을 하고 있는데, 둔촌주공 등의 실거주의무가 있는 공동주택에 실제로 거주할 의사가 있는 무주택실거주자들은 실거주를 전제로 계획을 세운터라 아무 문제가 없다. 정작 문제는 순전히 투기 목적으로 둔촌주공 등의 일반분양 물량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다. 이들은 실거주 의사가 전혀 없기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민생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윤 대통령이 둔촌주공 등에 이미 분양을 받은 투기세력은 물론이거니와 향후 투기목적으로 분양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위해 ‘실거주의무제’ 폐지에 혈안인 것처럼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건국 이래 이토록 부동산 투기세력의 이익을 대변한 대통령이 있었던가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12월 2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