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쏟아지는 경매·매물폭탄…금리 인하는 가물가물



쏟아지는 경매·매물폭탄…금리 인하는 가물가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월간 경매건수가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은 8만 건을 훌쩍 넘은 상태에서 내려오지 않는 등 부동산 불경기가 점입가경이다. 게다가 미국은 고용이 폭발적 활황이고 국제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점점 힘겨워지고 있는 것인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준 매파 인사의 입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안팎으로 쉽지 않은 시기다. 


월간 임의경매 건수 11년 만에 최고치 , 영끌족의 눈물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533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419건)에 비해 20.7%, 작년 같은 달(3086건)에 비해 72.9% 늘어난 것으로, 2013년 1월(5407건) 이후 월간 기준 최다 기록이다.

작년 한 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3만9059건으로 전년(2만4101건)에 비해 62% 급증했다. 작년 월평균 3000여건이던 신청 건수는 올해 월평균 약 5000건으로 늘었다. 서울의 신청 건수는 2015년 4월(668건) 이후 최다 기록이다.

재판을 통한 채무명의가 필요한 강제경매와 달리 임의경매는 통상 집주인에게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자 근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실행해서 진행된다. 전국의 집합건물과 일반건물, 토지 등을 합한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1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1월에는 1만 2581건으로 2014년 3월(1만2743건) 이후 10년 만에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 2월에는 1만 1079건, 3월은 1만 2550건의 등기 신청이 이뤄졌다.

이처럼 부동산 임의경매가 폭증하는 주된 이유는 부동산 대세상승기의 끝물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 등을 구입한 이른바 ‘영끌족’들이 치솟는 이자 부담 등을 견디지 못하고 소유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내던져지는 걸 저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만건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 건수


임의경매만 폭증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 건수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 건수는 지난 달 6일 8만 149건을 기록한 후 줄곧 8만 2000건대에서 8만 3000건대를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 건수가 8만 건대를 연속해서 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현재의 시장상황과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 할 것이다.

  

서울 아파트 일별 온라인집계 매물건수, 출처 : 아실

서울 아파트 일별 온라인집계 매물건수, 출처 : 아실


미국 고용폭발, 국제유가 우상향…물가와의 전쟁 첩첩산중

국내 부동산 시장에 경매와 매물의 쓰나미가 몰려온 가운데 국외의 상황도 여간 심상치 않다. 미국은 고용시장이 폭발중이고, 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연일 상승중이다.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월간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정부기관 포함 비 농업부문 사업체들이 3월 한 달 동안 30만 3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는 시장 예상치 20만~21만 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사업체 조사가 아닌 별도의 가계 조사를 통한 실업률 통계에서는 3.8%로 전월의 3.9%에서 떨어졌다. 이로써 연속 26개월 동안 실업률이 4.0% 아래에 머물러 1960년대 이후 가장 좋은 취업 상황을 나타냈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0.25%에서 5.25%~5.50%까지 올리고 양적 긴축까지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시장은 기이하리만치 견조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고용이 꺾이지 않으면 물가를 잡기가 난망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32달러(0.37%) 오른 배럴당 8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최고치로, 장중 한때 87달러선을 웃돌기도 했다. 유가는 이번 주에는 3.74달러(4.50%) 상승했다. 주간 상승폭은 지난 2월 9일로 끝난 주 이후 최대폭이다. 올해 들어 유가는 21.30% 올랐다. 6월 인도 브렌트유는 90달러대에 머물렀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석유 공급 우려와 위험 회피가 부각돼 유가를 지지했다. 시장에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향할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한 미 연준 매파인사


미국의 고용시장이 대폭발을 일으키고 국제유가가 우상향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생기자 미 연준 인사의 입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셸 보먼 미 연준 이사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싱크탱크 맨해튼 인스티튜트 주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반등한다면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할 필요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물론 보먼 이사는 이 발언에 대해 “나의 경제전망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전제하긴 했다.

보먼 이사는 이어 “기준금리를 너무 이르게 또는 너무 빨리 내리는 것은 인플레이션 반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먼 이사는 연준 구성원 중에서 가장 매파 성향(통화긴축 선호)의 인사로 꼽힌다. 매년 돌아가며 투표권을 행사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과 달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속적으로 투표권을 지닌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라 할 고용이 폭발하고 유가가 우상향한다는 건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 입장에선 악몽과도 같다. 기준금리 인하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매물의 홍수에 잠긴 상태에서 미국 고용 및 국제 유가 데이터는 시장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4월 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