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예금 금리 4%, 주담대 금리 6%의 문이 열리다





예금 금리 4%, 주담대 금리 6%의 문이 열리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코픽스 금리가 계속 상승 중이고, 예·대금리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이 모든 일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통화 긴축의 조짐은 찾기 어려우며, 시장금리는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영끌을 해 집을 사는 건 위험천만하다.


4월에 바닥을 찍고 상승 중인 코픽스 금리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3.56%)보다 0.14%p 높은 3.70%로 집계됐다. 지난 4월(3.44%) 기준금리(3.50%) 아래로 추락한 코픽스는 5월 반등한 뒤 6월에도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76%에서 3.80%로 0.04%p 상승했으며,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3.14%에서 3.18%로 0.04%p 상승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코픽스 금리가 하락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후순위채 및 전환사채 제외) 수신상품의 금리 등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신잔액 코픽스에는 기타 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자금 등이 추가로 고려된다.
 
한편 시중 은행들은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4.21∼5.61%에서 4.35∼5.75%로,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금리도 3.86∼5.26%에서 4.00∼5.40%로 코픽스 상승 폭(0.14%p)만큼 각각 오른다. 또한 신잔액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와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는 각 4.13∼5.53%, 3.69∼5.09%에서 4.17∼5.57%, 3.73∼5.13%로 오른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역시 4.33∼5.53%에서 4.47∼5.67%로 0.14%p 인상되고,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도 0.04%p(4.35∼5.55%→4.39∼5.59%) 높아진다.


4%대 예금상품과 6%대 주담대 상품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다

코픽스 금리의 움직임만 심상치 않은 것이 아니다. 이미 예·대금리는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 SH수협, BNK부산은행은 연 4%대의 정기예금 상품(만기 12개월)을 판매 중이다. SH수협은행의 ‘헤이(Hey) 정기예금’은 별도의 우대 조건 없이 모든 고객에게 연 4%의 이자를 지급하며,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2%), BNK부산은행의 ‘더(The)특판정기예금'(4.0%) 등도 정해진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4% 이상의 금리를 주기로 약정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에서 금리 4%가 넘는 예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이른바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도 예금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3.72∼3.90%로 지난달 1일(3.47∼3.73%)에 비해 0.2%p 안팎으로 크게 올랐다. 일부 은행이 4%대의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 중인데다, 이른바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 상단이 4%에 육박하고 있는 건 예사롭지 않다.

코픽스와 예금금리가 오르는데 대출금리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다. 14일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주담대 금리(신규 코픽스 잔액 기준)는 4.72∼6.08% 수준이다. 주담대 금리도 예금금리와 마찬가지로 4월에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 중이다. 그러다보니 상단기준 6%대 주담대 상품이 시장에 출회되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까닭은 뱅크런에 대응하기 위한 새마을금고의 채권 대량 매도에 따른 채권수익률 상승, 예금자 이탈을 우려한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의 예금금리상향 및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미국 등 글로벌 긴축 지속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영끌러들의 무모해 보이는 돌격

시장금리가 일제히 상승 중인 마당인데 부동산 시장에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영끌러들의 귀환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16만 3815건으로, 이 가운데 30대 비중은 26.6%(4만 3590건)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1~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영끌이라는 말이 회자(膾炙)되기 시작한 2019년 23.5%였던 30대의 주택구입 비중은 2020년 22.9%, 2021년 25.2%, 2022년 22.9%을 거쳐 올해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심지어 30대는 주택구입시장의 절대강자인 40대를 눌렀다. 매년 1~5월 기준으로 40대 비중은 2019년 28.1%, 2020년 27.4%, 2021년 25.8%, 2022년 24.2%, 올해 25.9%로 확인됐다.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1~5월 서울 아파트 30대 매입 비중은 32.9%(전체 1만 3373건 중 4397건)를 기록한 반면, 40대는 27.8%(3716건)에 머물렀다. 충격적인 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총 3711건 가운데 무려 34.7%인 1286건을 30대가 매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극에 달했던 2021년 9월 1505건 이후 20개월 만에 최대치로 30대의 매수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아마 30대를 포함한 영끌러들은 ‘지금이 부동산 시장의 바닥이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승리로 막을 내렸으며, 금리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경기는 호전될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영끌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2014년부터 시작해 장장 9년에 걸친 대세상승을 마치고 이제 1차 하락을 마쳤을 따름이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 기준으로 봐도 그렇고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봐도 특히 서울 등의 주택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산이 높으며 골이 깊다는 말은 언제나 옳다. 또한 여전히 철옹성처럼 버티는 근원인플레이션이 의미하듯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 보이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급락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글로벌 긴축이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신호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시장금리는 바닥을 찍고 상승 중이다. 끝으로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역수지 적자, 임계점을 돌파한 가계부채, 부동산PF등을 위시한 온갖 복병 등을 생각해 보면 경기상승에 대한 확신이 좀체 들지 않는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몇몇 지역의 가격 반등과 레거시 미디어들의 혹세무민에 현혹돼 ‘오늘이 제일 싸다’며 영끌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으로 근심스럽다. 영끌러들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는 시간이 알려 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7월 1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