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싸우자”…끝나지 않은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만 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도 밝힌 바 있다. 이미 미 연준(FED) 의장인 파월은 지난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2차례의 추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종결됐고 연내에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일부 시장참여자들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
유로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유럽중앙은행 총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ECB가 가까운 장래에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완전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며, 이어 “전망에 중대한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7월에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하며,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너무 빠른 정책 반전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과거 조치들이 완전히 구체화하리라는 점을 확인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이번 발언은 이달까지 8회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올린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ECB가 7월 회의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아울러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ECB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조속한 전환을 기대하는 시장참여자들의 희망을 꺾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려 한다는 것, 높은 금리를 시장의 기대보다 오래 지속할 것 등을 시사하려 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ECB는 코로나19 이후 폭등하는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 11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인상 이전에 유로존의 기준금리(Refi·재융자금리)와 예금금리,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 -0.5%, 0,25%였다. ECB는 이후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고 해당 3대 정책금리들은 지난 15일 기준 각각 4%, 3.5%, 4.25%에 도달했다. 아래 그래프는 유로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추이를 보여준다.

출처 : 네이버 증권홈. 유로존 중앙은행 기준금리 추이.
ECB는 올해 7월 27일, 9월 14일, 10월 26일, 12월 14일까지 4차례 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몇 차례 더 단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에게 추가 금리 인상을 촉구한 IMF부총재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낸 건 라가르드 총재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부총재 역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는 26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에 참석해 대출 비용의 상승이 경기침체 전망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방향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서방 중앙은행들이 역사적 물가 급등에 맞서 지난 1년 반 동안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을 지속적으로 과소 평가했다”고 지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목표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ECB를 포함한 중앙은행들은 경제 성장 둔화의 위험에도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따른 일부 부작용은 재정 정책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으로 줄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긴축적 통화정책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은 재정을 책임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조속한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고 베팅하는 건 성급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천명한 ECB 라가드르 총재와 각국 중앙은행들에게 더 적극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라고 주문한 IMF 코피나스 수석부총재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까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빠른 시간 내에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분석을 방증하듯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애초 예상보다 큰 0.5%포인트 올려 5.0%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노르웨이도 금리를 0.5%p 인상해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렸다. 또한 스위스 중앙은행 역시 금리를 0.25%p 상향 조정했으며, 튀르키예(터키) 중앙은행도 금리를 8.5%에서 15%로 6.5%p나 대폭 올렸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연내 2차례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물가의 흐름, 금융안정성, 경기지표 등에 주목하며 금리의 추이를 살필 때지 유동성 홍수를 예단하고 성급하게 투자에 나설 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