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제2 둔촌주공 사태 터지나?…대조1구역 공사중단

 

 

 

 

제2 둔촌주공 사태 터지나?…대조1구역 공사중단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강북 재개발 최대어’라는 수식이 붙은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재개발 사업의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합의 공사비 미지급에 따라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인데, 조합내 분쟁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중단돼 곤욕을 치렀던 둔촌주공의 재판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에게 악재만 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라는 대조 1구역, 공사 멈춰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을 진행해 온 시공사 현대건설은 예고한 대로 1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현대건설은 해당 재개발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으며, 타워크레인을 제외한 일부 장비도 철수시켰다.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 2000㎡ 부지를 재개발해 지상 25층, 28개 동 2451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3조 원(공사비 5800억 원)에 달해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2017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현재 공정률은 22%(11월 말 기준) 수준이다. 사업장은 6호선 역촌역, 3호선 및 6호선이 지나가는 불광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GTX A라인(파주 운정-동탄)이 정차하는 연신내역에서도 멀지 않아 입지가 뛰어나다.

문제는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이 조합장 직무 정지 등 조합 내분으로 인해 사실상 조직이 와해되면서 사업의 진척이 극심한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에 하려 했던 일반 분양도 진행하지 못했다. 일반 분양분 물량을 분양해 공사비를 마련하려던 조합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전체 공사비 약 1800억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조합이 정상화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일반 분양물량에 대한 분양이 지체되자 현대건설 측은 지난달 20일 공문을 통해 공사중단을 예고한 뒤 지난 1일부터 결국 공사중단에 돌입했다. 아울러 현장에 대한 유치권도 행사 중이다.

조합 측은 공석인 조합장 문제를 비롯해 새 집행부 선임 절차 등에 나서는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내부 정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대건설측은 조합의 정상화 자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대조 1구역, 둔촌주공의 전철을 밟나?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강렬한 기시감을 느끼게 만든다. 바로 그 유명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올림픽파크 포레온)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도 한때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싸고 조합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고 시공단이 공사 중단과 유치권 행사로 맞서며 파국 직전까지 치달은 바 있다. 다행히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일반 분양을 마치는 등 2025년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조합 내홍과 공사 중단 등에 따른 상처는 깊을 수 밖에 없다.

불길한 대목은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이 조합 내분 격화와 공사비 미지급 등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걸어갔던 길을 놀랄 정도로 흡사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대조 1구역 재개발 조합의 편이 아니다

분명한 것 하나는 시간이 대조 1구역 재개발 조합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사비 등 각종 비용이 증액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조합원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둔촌주공은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돼 공사비가 1조원 이상 늘어나고 입주 시기 역시 2년 이상 지연됐다. 이로 인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기존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상황이 한결 나쁜 건 대조1구역이 둔촌주공보다 입지성과 사업성 모두 떨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조 1구역 재개발 조합의 일반분양 물량은 둔촌주공보다 훨씬 적은 483가구에 불과하다. 둔춘주공은 그 보다 거의 10배가 많은 4786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을 분양하고도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폭증했다. 

설사 조합이 정상화되고 사업이 재개된다 해도 조합은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 분담금을 최대한 낮추려 하면 일반 분양물량의 분양가를 크게 높여야 하는데 그리 되면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미분양이 대량으로 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시간만 허송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어둠이 짙듯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에 드리운 먹구름도 짙어 보인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1월 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