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하자는 고민정…노무현이 통곡할 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신동아와 인터뷰하며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고 의원의 발언을 보면 종부세의 취지와 역할 등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결여된 듯 보인다. 고 의원의 발언이 더 절망적인 건 만악의 근원이라 할 ‘부동산 공화국’ 혁파에 대한 철학이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 의원의 혹평과는 달리 종부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이룬 빛나는 성취 중 하나다. 종부세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발전적으로 개선하고 지양하면 될 일이다. 종부세의 명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일체의 대안 제시도 없이 종부세에 적대적인 논조의 매체에 나가 종부세 폐지를 운운하는 고 의원의 태도가 민주당에 어울리는 것인지 정녕 모르겠다.
종부세 제대로 이해 못하면서 종부세 폐지 주장한 고민정 의원
고 의원의 종부세 관련 인터뷰 내용을 아래에 인용한다. 인터뷰를 읽다보면 고 의원이 종부세에 대해 몰이해하면서 종부세 폐지를 주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선거는 중도 싸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이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민주당도 용기가 필요하죠. 언제까지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할 것인가. 서민의 정당을 버리자는 뜻이 아니라 시즌2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러려면 당내에서 치열한 싸움이 있어야 하거든요.
대선이 끝나자마자 저는 사실 그 준비를 했어요. 당내에서 이념과 정책 노선의 방향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윤 대통령께서 ‘바이든 날리면’부터 시작해 어이없는 사건을 너무 많이 저지르니 당내 싸움을 할 겨를이 없는 거죠. 한으로 남아요. 우리가 그 좋은 시기를 놓쳤구나. 지금이 다시 기회일 수 있다고 봐요. 정권을 잡지 못하는 정당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저는 대표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했으면 좋겠어요.”
민주당이 언제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했는지 모르겠지만, 고 의원은 민주당이 서민의 정당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의 기본 성향이나 지금까지의 정치 노선을 보면, ‘종부세 9억 원’을 깨뜨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정치를 겪어보고 유권자를 만나본 뒤 내린 결론은, 종부세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폐지할 때 얻는 것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세수를 늘리는 목적에서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종부세가 상징처럼 돼버려서 민주당은 집 가지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됐거든요. 우리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집값이 많이 떨어졌고 공시지가 변화도 있어서 예전만큼 종부세를 내시지는 않을 거예요. 설령 폐지해도 큰 변화는 없거든요. 그래도 상징적 의미는 굉장히 클 겁니다. 그러나 엄청난 싸움은 벌어지겠죠.”
고 의원은 종부세의 도입 취지와 기능을 전혀 모르는 성 싶다. 종부세는 세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의 세금이 아니다. 아울러 집부자를 공격하는 세금도 아니다. 종부세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도입한 보유세의 일종으로 부동산 과다 소유 억제, 부동산 자산 양극화 완화, 국토 균형 발전(종부세는 국세인데 이를 전액 지방에 교부금으로 뿌려준다) 등의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종부세는 모든 세금 중에 가장 좋은 세금으로 알려진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중대한 역할을 해냈다. 그러다 보니 혹자는 보유세를 한국사회가 이룬 빛나는 성취이자 정의의 구현이라고도 평한다. 고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로서는 유동자금이 워낙 많고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집값이 그래도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을 욕망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건 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한 끗 차이일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시선으로 정책을 짜는 것과 ‘버려야 할 욕망’이라는 시선으로 정책을 짜는 건 다르거든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욕망이라는 시선을 상수로 깔았다는 점에서 실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문재인 정부 사람들 만나면 언제 한번 우리끼리라도 평가를 해보자고 얘기하거든요. 반성 없이는 새로운 걸 만들 수 없으니까요.”
고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많은 문제점들을 내장했고, 자주 정책 투사 시점을 실기했으며,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면 그 평가는 온당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고 의원의 평가는 그런 것과는 결이 다른 듯 싶다. 고 의원이 표현한 “누구나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을 문 정부가 품지 않고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했기에 부동산에서 실패했다고 고 의원이 평가한다면 그런 평가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출처 : OECD(stats.oecd.org)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토지+자유연구소 이진수 연구위원 생산
대안 제시도 없이 무조건 종부세를 폐지하자고?
고민정 의원이 종부세 폐지라는 엄청난 발언을 하면서도 그 근거나 대안에 대해서는 일체 내놓지 않은터라 어안이 벙벙하다. 물론 종부세는 다른 모든 세금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세금이 아니다. 확실히 종부세에는 부유세적 성격이 있고, 건물에도 과세하는 난점이 있다. 종부세가 출생할 때부터 거의 모든 레거시미디어가 종부세를 세금 폭탄으로 매도한 나머지 이미지도 많은 손상을 입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고 의원이 할 말은 “종부세의 도입 취지와 기능에 대해선 동의한다. 하지만 이참에 종부세의 명암을 면밀히 따져보고 종부세를 개선하거나 종부세를 발전적으로 지양할 대안을 만들자”라는 것이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고 의원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출처 : 토지+자유연구소
만악의 근원 ‘부동산 공화국’을 보유세 없이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
고 의원의 인터뷰 내용이 더 절망적인 건 고 의원이 대한민국을 고사시키는 주범인 부동산에 대한 이해가 전무해보여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대 질병은 ‘지대추구’다. 그리고 그 지대추구의 대표선수가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다. 대한민국이 지긋지긋하게 경험하듯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는 계층별·세대별·지역별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자원 배분의 왜곡과 낭비, 기업가 정신의 형해화, 혁신 의지와 근로 의욕의 파괴, 공동체 의식과 연대 정신의 훼손, 경기 변동의 진폭 확대, 저출산 등 만악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 이런 만악의 근원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더 악화시킨 채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이다.
앞에 제시한 그래프가 보여주듯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시가 배수가 압도적인 나라다. 거기에 더해 해마다 천문학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렇게 발생한 부동산 불로소득(임대소득+매매차익)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천문학적 부동산 불로소득이 매년 발생하는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한 최적의 정책수단이 바로 보유세다. 세계적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보유세가 가장 시장친화적 세금이라고 평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첨병이라 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OECD 등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모든 세금 중 가장 성장 친화적이라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IMF와 OECD 등은 부동산 보유세를 GDP의 2%까지 높일 것을 권고한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GDP 대비 보유세는 1.04%에 불과하다.
고민정 의원의 종부세 폐지 발언은 내용과 형식 모두 극히 부적절했으며 비판받아 마땅하다. 고민정 의원 같은 의원이 민주당 내 다수를 차지한다면 단언컨대 민주당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역사와 대화하며 부박한 세태와 타협하지 않고 종부세를 만들었던 노무현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