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미 국채 이자, 국내 외국자금 이탈 우려 없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국채 수익률의 폭등세가 무섭다. 단기와 장기 가리지 않고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일각에서는 지금 진행중인 미 국채 수익률이 ‘뉴 노멀(새 표준)’로 안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수익률이 고금리로 굳어진다면 글로벌 자금이 미 국채 시장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한국에 들어온 자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러다가 글로벌 자금의 대탈출가 전개되는 건 아닌지 심히 근심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폭등한 미 국채수익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8bp (1bp=0.01%포인트) 올라 4.33%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3%를 돌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지어 파산하면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됐었다. 5년물 국채도 지난해 최고치에 근접했다. 3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7bp 상승한 4.42%로, 지난달 말 4% 미만 수준을 훨씬 상회했다.
높은 미 국채 수익률은 계속해서 구매자를 유인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주 금융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EPFR 글로벌을 인용, 투자자들이 올해 미 국채 펀드에 1270억 달러(170조 원)를 투자해 기록적인 해에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8일까지 한 주간 국채 선물의 롱포지션(가격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해 보유하는 상태)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미 국채 수익률이 폭등을 거듭하는데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과, 재무부의 천문학적 국채발행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 일본과 중국 등의 이른바 큰손들이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보니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국채 수익률은 치솟는 것이다.
국채 10년물 10년 평균 수익률이 4.75%로 안착?
지금 우리가 목격 중인 미 국채 수익률의 폭주가 어디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지금 목격되는 미 국채 수익률의 질주가 ‘뉴노멀’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최근 “지난 20년간 경험한 것보다 훨씬 더 높게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10년물 4%대 금리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 인플레이션율(개인소비지출 기준)에 실질수익률 2%가량을 더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 인플레가 쉽게 줄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프리미엄에 국채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미스매치 수익률’을 더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4.3%의 금리도 박한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헤지펀드 왕 빌 애크먼은 10년물이 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베팅을 했다.
기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이상 저금리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그동안의 저금리는 장기 시계열로 보면 오히려 예외였다. 아래 그래프는 미 국채 10년물의 50년간 수익률 추이를 보여주는데 국채수익률이 4%대 미만을 기록한 기간은 압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몰려 있다.

미 국채 10년물 이자추이(1973~2003) 출처 : TRADING ECONOMICS
외국인 자금 이탈 염려 없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 할 미 국채의 이자가 치솟고 그렇게 치솟은 이자가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현실화 할 때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자금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가만히 있을 것인가. 빠져 나갈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더구나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은 1%대가 확실하다. 경상수지도 비참할 정도로 나쁘다. 설상가상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과 경상수지 전망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1%대를 연속으로 기록한다면 이는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사태다.
글로벌 자금에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이었던 건 제조업이 강한 데다, 시장금리도 괜찮았고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 내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기본 전제들이 의심받는 형국이다. 혹시 글로벌 자금은 지금이 한국에서 자금을 빼서 탈출할 타이밍이라고 여기진 않을까. 1343원을 터치한 원달러 환율이 그 방증은 아닐까. 이래저래 근심이 깊어지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