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태영건설 상장 채권 퇴출…신세계건설도 ‘흔들’


 

태영건설 상장 채권 퇴출…신세계건설도 ‘흔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이 상장채권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로 인해 태영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3000억 원 가량이 자칫 휴지조각이 될 신세에 처했다. 모회사로부터 유동성 공급을 받아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던 신세계건설도 미래는 밝지 않다. 영업적자 규모가 크고 우발채무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부채비율도 너무 높기 때문이다.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의 위기가 보여주듯 유례 없이 길었던 부동산 대세상승장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태영건설 상장 채권 시장에서 퇴출돼, 회사채는 휴지조각 신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영건설 회사채 ‘태영건설68’이 4일 상장 폐지됐다. 이는 지난달 20일 태영건설이 감사의견 거절 내용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데에 따른 것이다. 태영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 5793억 원에 달한다. 자본총계 역시 마이너스 5617억 원 수준이다. 태영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총 28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1000억 원이 공모 회사채다. 공모채는 상장돼 개인 간에 거래가 가능하지만 상장폐지되면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12월 워크아웃 신청 전후로 액면가 9500원 수준이던 채권이 6000원대로 떨어지면서 ‘투기판’이 열렸다. 상장폐지된 회사채는 이론상으로 장외에서 거래할 수 있으나 개인이 장외에서 채권을 거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외시장은 주로 기관들이 억 단위로 채권을 주고 받아 주식시장의 장외시장과는 다르다. 사모채는 기관들이 들고 있는 것으로 장외거래만 된다. 그러나 해당 채권의 매매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회사채 투자자는 공·사모채 모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원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려면 회사의 청산가치를 봐야 한다”면서 “만약 채권단에서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시킨다면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변제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뿐 아니라 신용보증기금도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채 1000억 원어치를 제외하고, 1800억 원 가운데 600억 원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발행됐다. 신보가 지난해 2~3월 보증을 섰다. P-CBO는 보통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저신용기업의 신규발행 B~BBB등급 회사채를 기초로 발행된다. 신보는 1년 만에 600억원어치의 휴지조각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신보의 손실은 혈세 낭비로, 기업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의 회사채가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건설채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BBB~A급 건설사들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등은 올해 들어 GS건설, 신세계건설, 대보건설 신용등급을 내렸거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신평은 올해 들어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업체, 상대적으로 재무부담이 큰 BBB급 이하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상장채권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태영건설의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과 기관은 물론이고 신용보증기금까지 막대한 손실을 보게 생겼다. 또한 태영건설의 상장채권 퇴출은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건설채 시장에 강력한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모회사의 유동성 공급을 받은 신세계건설도 전망은 암울해

모회사로부터 유동성공급을 받은 신세계건설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다 부채규모는 살인적이고 우발채무 리스크도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1878억 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15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42억 2000만 원에서 1585억 원으로 11배 폭등했다. 진행 사업장의 공사원가 상승과 대구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 등이 영업적자의 주요 원인이 됐다. 대구의 경우 ‘빌리브 라디체’, 빌리브 스카이, 빌리브 루센트 등 3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만 1200억 원에 달한다.

회사의 부채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는 1조1417억 6100만 원으로 전년(7519억 원)보다 4000억 원 가량 늘었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65%에서 지난해 953.6%로 뛰었다.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인데, 단순 부채비율만 놓고 보면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 다음으로 높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엄존한다. PF 보증금액이 무려 약 2800억 원(이자지급보증 포함 시 3340억 원)에 달한다. 주요 PF 우발채무 현황을 보면 ▲구포항역 개발사업(2000억 원) ▲연신내 복합개발사업(300억 원) ▲구리갈매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420억 원) 등이다. 이중 덩치가 가장 큰 구포항역 개발사업은 ‘책임준공 계약’까지 맺은 상태라 빠져나올 수도 없다.

특히 치명적인 건 신세계건설이 수주한 민간사업장 중 다수가 2022년에 몰려있는데 대부분 2025년 준공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분양이 빙하기에 들어갈 때 민간사업장 다수를 수주한 셈이라 사면초가 상태다.

물론 신세계건설도 손 놓고 구경만 하는 건 아니다. 신세계건설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경주 중이다. 신세계건설은 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 합병하면서 현금 660억 원을 확보했다.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2000억 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1000억 원의 회사채가 발행됐고 추가로 1000억 원을 더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엔 레저사업부를 조선호텔앤리조트에 1800억 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은 신한은행 주관으로 추후 받을 공사비를 담보로 제공하는 2000억 원 규모의 담보부대출을 받기도 했다.

신세계건설의 유동성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정기평가를 통해 신세계건설 신용등급과 전망을 ‘A·부정적’에서 한 단계 낮은 ‘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신세계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시장에선 부동산 업황과 치솟는 공사원가 등을 감안할 때 신세계건설의 실적이 개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유례없이 길었던 부동산 대세 상승장의 후유증 본격적으로 나타나

백천간두의 처지에 몰린 태영건설, 위기에 빠진 신세계건설이 잘 보여주듯 지금 건설회사들이 직면한 실적과 유동성 위기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8년 동안 이어진 부동산 대세 상승장이 끝나면서 초래하는 후유증 중 하나다. 

지난 8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떼돈을 벌어들인 건설회사들과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대세상승장이 끝나자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절감 중이다. 부동산 대세 상승장에선 어떤 건설회사라도 돈을 벌었지만 부동산 대세 하락장에선 옥석이 가려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그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때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4월 4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