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0원을 뚫은 달러 환율, 어디까지 가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원/달러 환율이 5월 이후 최초로 132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전망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시장이 안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달러의 강세는 미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라 달러수요가 늘어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채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준 물가 상승률, 30년물 미국채 입찰,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등에 대해 알아보자.
상승 중인 국채수익률이 달러 수요를 흡수?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8.9원 오른 1324.9원에 거래를 끝마쳤다. 이는 지난 5월31일 기록한 1327.2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는 전일대비 3원 오른 1319원에 개장해 장중 상승 폭을 확대했다.
달러가 이렇게 강세를 나타내는 건 미 국채수익률이 상승함에 따라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수반하여 달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래 표와 같이 미 국채는 1개월물부터 30년물에 걸쳐 대부분 상승(한국시간 8월 12일 12시 35분 검색) 중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

미국 국채 수익률
끈적한 인플레이션, 30년물 국채 입찰 부진, 예상 웃돈 PPI상승률 채권 매도 촉진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고공비행 중인 이유는 당연히 채권매도세가 강해서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채권매도세가 강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끈적(sticky)하다는 인식, 30년물 국채의 입찰 부진, 예상을 초과한 PPI상승률 등이 겹친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6월(3.0%)보단 높아졌지만, 시장 예상치 3.3%보단 낮은 수준이었다. 헤드라인 물가보다 더 중요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시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4.7%로 202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예상치(4.8%)보다 낮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근심하는 지표인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7월에 재상승하면서 연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통계국 자료를 기초로 블룸버그가 계산한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7월까지 12개월 동안 4.1% 증가했는데 이는 전월의 4%보다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의료 서비스를 제외한 유사 지표의 경우 월 기준으로 0.4% 상승해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대료 또한 1년 전에 비해 7.7% 상승했다. 연준은 서비스물가가 잡혀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던 터다.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는 사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긴 이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아직 인플레이션에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 국채 30년물 입찰이 시장의 기대 보다 부진했던 것도 국채매도에 영향을 미친 듯 싶다. 30년물 미 국채 발행 금리는 4.189%로, 입찰 당시(WI;When-issued) 시장 평균 수익률인 4.175%보다 높았고, 응찰률은 2.42배였다. 이는 이전의 2.43배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BMO캐피털마켓츠 금리전략가는 “오후에 23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이 부드러웠고, 이에 장기물 미 국채에서 약간의 매도세가 나타났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예상을 웃돈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채권매도를 촉발했다. 7월 PPI가 계절 조정 기준 전달보다 0.3% 상승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인 0.2% 상승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식품과 에너지, 무역 서비스를 제외한 7월 근원 PPI는 전월대비 0.2% 올랐는데, 이는 지난 2월에 0.3% 오른 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정리하자면 30년물 국채가 시장에서 생각보다 부진하게 판매된 데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국채매도를 촉발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어디로?
달러강세가 미 국채수익률의 상승세 때문이라고 한다면 환율의 안정은 국채 매도세와 매수세 중에 누가 우위를 점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터라 이는 예측이 지난한 영역이다.
9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인상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인상하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무려 상단 기준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격차가 장기간 유지될 거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기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