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찍었다는 동탄아파트…GTX 개통 효과라고?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SRT동탄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가 22억 원에 실거래됐다는 보도로 떠들썩했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래를 레거시미디어들은 개통을 목전에 둔 GTX-A노선의 후광 효과로 풀이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심지어 동탄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22억 원에 거래된 인근 아파트들의 시세가 잠잠한 점, GTX의 허실을 제대로 살펴보면 지금 같이 부동산 시장에 적대적인 요인들이 빼곡한 상황에서 GTX가 집값 폭등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레거시미디어들의 GTX발 집값 폭등 프레임은 허무맹랑할 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22억 원이 있으면 서울 강남이나 마포, 용산, 성수 혹은 판교에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투자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동탄역 근처에 등장했다는 22억짜리 아파트, 하지만 인근 시세는 잠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102㎡(34층)가 22억 원에 거래됐다. 아직 등기는 안 된 것으로 보인다. ‘동탄역롯데캐슬’은 2021년 7월 준공한 단지로 총 4개동 940가구(49층)로 구성됐으며 SRT동탄역에 붙어 있다. ‘동탄역롯데캐슬’은 동탄신도시의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다.
이 단지는 같은 면적 매물이 지난해 3월 16억3000만 원(18층)에 거래된 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2월 22억 원(34층)에 손바뀜했다. 현재 나온 매물 호가는 저층의 경우 20억~21억 원, 고층은 22억~23억 원대에 형성됐다.
업계에선 ‘동탄역롯데캐슬’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를 SRT가 서는 동탄역 이용이 극히 용이하고, 동탄역 롯데백화점을 끼고 있으며, 오는 3월 3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부분 개통이 예정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부분 개통을 집값 상승의 최대 호재로 설명한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동탄에서 수서역까지 2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운정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올해 말 개통 예정이며, 나머지 구간(서울역→삼성역→수서역)은 2028년 이후 개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한 건 동탄역롯데캐슬과 지척에 있는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같은 단지들은 가격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GTX개통 호재를 ‘동탄역롯데캐슬’만 독식하고 있다는 의미인지 알 길이 없다.
레거시미디어들이 합창하는 GTX개통효과는 실제로 있나?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큰 틀에서 규정짓는 금리, 대출, 소득 등의 거시지표들이 모두 부동산 시장의 대세 하락을 지시하고 있는 마당에 레거시미디어들은 꺼져가는 투기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이다. 급기야는 GTX 개통이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움직일 것이라는 주술을 걸고 있다.
GTX는 레거시미디어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사골 우리듯 사용하는 재료다. GTX 노선 발표 때, 예산 확보 때, 착공 때, 공사 진척 때마다 노선이 지나가는 역 인근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펌프질했다. GTX 개통이 임박했으니 레거시미디어가 GTX 개통을 집값 상승을 견인할 소재로 활용하지 않을 리 없다.
GTX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일자리가 밀집한 서울로 기존의 교통수단 보다 빨리 접근할 철도 교통수단이 생기면 해당 철도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역 인근의 집값은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상승 요인은 그 동안의 긴 기간과 수다한 손바뀜을 통해 이미 집값에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게다가 이번에 개통되는 GTX-A 일부 노선을 보면 알 수 있듯 GTX는 꿈의 교통수단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운임이 기존의 교통수단보다 비싸다. 특히 치명적인 건 출퇴근 시간대에 평균 17분 간격(동탄→수서 방향 기준)으로 예정된 배차 간격이다. 지옥철이 예정된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지옥철로 유명한 9호선 라인의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이 7~8분이다. 심지어 동탄에서 수서까지는 기존의 SRT노선을 GTX가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차별성이 딱히 없다. 비싼데다 기차를 방불케하는 배차간격을 지닌 교통수단이 얼마나 집값을 흔들 수 있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탄 22억 아파트를 구매하는 건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아
동탄에서 22억 원짜리 아파트 거래가 정상적으로 성사되고 등기까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 목적이건, 실거주 목적이건 매수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 돈이면 동탄 보다 입지가 한결 우위에 있는 판교신도시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서울시 마포구 내 랜드마크 단지 중 하나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물건은 지난 2월 21억 8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22억 원이면 강남의 소형 평형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시장에선 이해할 수 없거나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흔히 일어난다. 자기가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선 큰 낭패를 보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