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보증 확대·무주택 기준 완화가 주택공급 대책?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격감하자 윤석열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했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공 주택공급 물량을 조속히 공급하고 민간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부동산PF대출 보증 확대, 무주택자 기준 완화 등의 우려되는 조치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주택 공급물량을 늘리고 공급 속도를 늘리겠다는 윤 정부
윤석열 정부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 활성화 방안은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민간 공급 활성화로 구성돼 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윤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수도권 3기 신도시 3만 호, 신규 택지 2만 호, 사업 미진행 민간 물량의 공공 전환 5000호 등을 통해 총 5만 5000호의 공공주택을 추가로 공급), 패스트트랙을 통한 조기공급, 기 추진 사업의 철저한 공정관리를 천명했다. 공공주택 공급물량은 늘리면서 사업속도를 높이며 추진 중인 사업의 경우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공급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을 성 싶다.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가 공급대책?
문제는 윤 정부가 내놓은 민간 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정부는 민간 주택건설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 공공택지 전매제한 1년간 한시 완화 ▲ 조기에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에 신규 택지 공급 시 인센티브 부여 ▲ 분양사업의 임대사업 전환 지원 ▲ 표준계약서를 활용한 민간사업의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등을 마련해 사업여건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다. 공공택지 전매는 현재 토지소유권 이전 등기 후에나 가능하지만, 민간의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택지 계약 후 2년부터 한 차례에 한해 최초 가격 이하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단서들이 달려있긴 하지만 향후 단서들의 개약을 통해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유입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인허가 절차 개선 사항 중에서는 학교시설 기부채납에 대한 합리적 기준 마련, 학교용지 부담금 면제대상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대목이 걸린다. 학교시설 기부채납 기준을 강화하고 학교용지 부담금 면제대상을 확대해 민간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높여줄려는 인센티브로 보이는데,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민간주택공급 활성화계획 주요내용
윤 정부는 부동산PF부실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것인가?
특히 우려되는 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대폭확대하고 금융공급도 늘리겠다는 대목이다. PF 대출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증 규모는 현재 15조 원인데, 이를 25조 원으로 늘리고, PF 대출 보증 대출 한도를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확대하며, PF 대출 보증 심사기준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건설사 보증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한도를 3조 원 더 확대(총 7조 2000억 원)하고, 민간 금융기관이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금융 공급에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가 금융부실의 뇌관으로 전락한 부동산PF에 대출보증 규모 및 한도 확대, 심사기준 완화 등을 통해 부실 위험성을 떠안겠다는 것이고, 산업은행 등을 통해 유동성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며, 민간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PF사업장에 대출을 하라고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윤 정부의 차환대책 및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 연명중인 부동산 PF사업장이 도처에 가득한데, 거기에 돈을 더 밀어넣겠다는 정부 계획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사업판단을 잘못한 부동산PF사업장은 정리되는 것이 맞다. 그게 시장원리다. 그런데 거기에 돈을 더 밀어넣으면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 어떻게 공급확대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정녕 모를 일이다. 부동산 PF사업은 분양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유력한 마당에 분양이 제대로 될 것인가?
무주택자 기준 완화는 다주택자 조장책?
이번 민간 공급 활성화 대책 가운데 근심되는 대책은 또 있다.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기준가격도 수도권 1억6천만원(공시가), 지방 1억원으로 상향키로 했으며, 적용 범위도 공공주택 일반·특별공급까지 확대한다는 대목이다. 현재는 청약시 무주택 간주 기준이 공시가격 기준 수도권은 1억 3000만 원, 지방은 8000만 원이다. 적용범위도 현재는 민영주택 일반공급분에만 해당된다.
한 마디로 말해 무주택자 기준을 완화해줄테니 소형 1주택자도 영끌을 해 청약을 통해 분양을 받으라는 것인데, 이게 다주택자 조장책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본디 민간 주택공급은 주택 경기에 따라 부침이 있는 법이다. 주택경기가 침체할 때 민간이 인허가 물량 및 착공물량을 줄이는 건 당연하며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안겨주면서 공급을 구걸할 것이 아니라 공공주택의 공급량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