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몰린 돈 3000조…대한민국이 말라간다



 

부동산에 몰린 돈 3000조…대한민국이 말라간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최근 10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해 2900조 원에 육박해 명목 GDP의 11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익스포저 중 가계 여신 비중도 다시 늘어 50% 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부동산에 미쳐 몰빵하고 있는 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는 것도, 내수 진작을 희망하는 것도, 혁신을 꿈꾸는 것도 모두 무망하다.   


모든 돈이 부동산으로만 모인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총 2881조 9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총액(2837조 6000억 원)보다 44조 3000억 원 증가한 수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무려 115.9%로 집계됐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부동산담보 대출 등 가계 여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기업 여신, 부동산 펀드나 리츠 등 금융투자상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래 표가 잘 보여주듯 이 익스포저는 지난 2015년 말 1443조 50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상반기 말까지 매년 늘어 햇수로 10년간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2019년 말 2047조 5000억 원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고, 2020년 말 2265조 9000억 원, 2021년 말 2540조 8000억 원, 2022년 말 2736조 1000억 원 등으로 지속해서 늘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명목GDP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중인데 2015년에 82.9%이던 것이 해마다 증가해 2019년에 100%를 돌파했고 급기야 최근 115.9%를 찍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추이



가계대출 비중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50%에 육박해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대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차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로 확인된다. 

가계 여신은 올해 들어 상반기 말까지 20조 7000억 원이 증가한 1424조 7000억 원으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중 49.4%를 차지했다. 지난 2015년 말 55.3%에 달했던 이 비중은 2016년 말 54.7%, 2017년 말 53.4%, 2018년 말 53.0%, 2019년 말 52.6%, 2020년 말 51.5%, 2021년 말 49.9%, 2022년 말 48.2% 등으로 매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49.0%로 소폭 반등한 뒤 올해 상반기 말 더 높아졌다.

가계 여신 중 부동산담보 대출 비중 역시 지난 2015년 말 71.4%에서 올해 1분기 말 50.6%까지 내리 줄었으나, 상반기 말 50.7%로 소폭 반등했다. 올해 하반기 중 주택 거래가 증가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이 비중은 더욱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에 미쳐 혁신도, 내수진작도 기대하기 힘든 대한민국

10년 동안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두배로 늘어났다는 사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비중이 명목GDP의 115%가 넘는다는 사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규모가 30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대한민국의 돈이 온통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으며 가계와 기업이 모두 부동산에 몰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비대해지면 부동산 가격이 대내외적 변수로 인해 급락할 때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상당부분이 부실화되고 이 부실이 금융기관을 거쳐 실물부문까지 전이될 위험성이 커진다.

더 심각한 것은 가계와 기업이 한사코 부동산만 쳐다보면서 자원을 전부 부동산에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수출할 수도 없다. 가계와 기업이 부동산에 몰빵하는 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이 왕성할 수도 없고, 혁신이 일어나기도 어려우며, 민간소비가 살아날 길도 없고, 저출산 문제가 해소될 수도 없다. 농지개혁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부동산 때문에 급속히 쇠락해가는 걸 하릴 없이 지켜만 보는 심정은 무참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10월 14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