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9월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이 올해 들어 최소를 기록하는 등 6.27대책의 효과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주담대 금리도 5대 은행 평균이 4%대를 터치하는 등 계속 상승 중이다. 집값을 단기적으로 밀어올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대출의 총량과 금리가 모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 원인이 6·27대책 이전 계약분의 실행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뜻도 되는데, 추석 이후 가격 추이가 주목된다.

9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 증가액 1.3조, 올해 들어 최소
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주담대 잔액 증가액은 1조 3134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10월(1조 923억 원) 이후 최소치다.
직전 3개월간 5대 은행 주담대 증가폭은 △6월 5조 7634억 원 △7월 4조 5452억 원 △8월 3조 3012억 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9월 증가폭은 6월의 5분의 1, 직전 달과 비교하더라도 3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 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이 주담대 잔액 증가액을 극적으로 줄인 셈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64조 949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 1964억 원 늘어, 지난 1월(-4762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소 증가폭을 나타냈다.

주담대 금리도 계속 상승해 대출자 부담 가중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5대 은행의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만기까지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는 방식) 주택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4.11%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모두 4%대를 기록한 것은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추이는 시장 참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9월 3.5%에서 올해 9월 2.5%로 1%p나 떨어졌는데도 5대 은행의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1년 전 3.32~3.86% 수준에서 연 4%대로 도리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담대의 금리 상승은 무엇보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 주담대 금리는 이자 마진인 가산금리에 대출 원가인 지표금리를 더해 책정된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지난달 이후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는데도,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평균 금리가 지난달 18일 연 2.815%에서 30일 연 3.005%로 0.19%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5년 만기 평균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28일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은행채 금리의 상승 원인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법을 놓고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이 이견을 보이는데 따른 국채 금리의 상승에서 찾고 있다. 국채 금리는 모든 금리의 토대인지라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다른 금리를 밀어올린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에 놀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향방에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담대 금리의 상승은 대출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줌과 동시에 집값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비밀은?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9.7 공급대책 발표 이후 오름세가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 전주 대비 매매가격은 9월 8일부터 매주 0.09% →0.12%→0.19% 등 3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한강벨트인 성동구(0.59%)와 마포구(0.43%), 광진구(0.35%), 강동구(0.31%)가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에는 노도강 금관구 지역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는 이달 들어 3주 연속 상승률이 0.03%→0.05%→0.06%→0.07%로 확대됐고 강북구도 0.1%에서 0.3%로 오름폭이 커졌다.
대출을 바짝 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하는 기현상에 대해 정작 은행권에선 6.27대책 규제 발표 전에 이뤄진 대출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최근까지 집값을 끌어올린 거래 중 상당수가 6.27대책 전에 이뤄진 부동산 계약분이 실행됐다는 말이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제한으로 일부 은행은 대출 한도를 거의 소진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까지 집값 상승은 이전에 이뤄진 대출 거래 실행분이 상당 부분 반영돼 연휴 이후엔 집값 상승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석이 끝난 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일각에서는 추석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대폭등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감하는 주담대 잔액 증가액, 기준금리와 반대로 가는 주담대 금리,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반등의 실체 등을 따져볼 때 반대로 예측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분명한 건 추석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움직임이 정부의 추가 대책,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