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0.15대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데 이어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을 본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취득 단계, 보유 단계, 처분 단계에 걸쳐 부과된다. 취득세, 재산세 및 종부세, 양도세가 그것이다.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는 건 최고도의 고차 방정식과도 같다. 당장 보유세 현실화만 하더라도 종부세만 올릴지, 아니면 재산세도 함께 올릴지 등에 관해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보유세 현실화가 초미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구윤철 기재부장관이 보유세에 관해 전향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보유세를 포함해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이재명 정부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폭넓게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차원의 중장기 논의를 거쳐 부동산세제 개편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행안부는 재산세·취득세를, 국토부는 공시가격을 관할한다. 시행령 개정으로 즉각 조치해야 하는 특정 사안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인 밑그림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발표될 내년 세제개편안에 담기는 시간표가 유력해 보인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는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종부세·재산세)를 강화하고 거래세(취득세)를 낮추는 방향이다. 문제는 지자체 세수다. 취득세와 재산세는 지자체 재정의 근간을 이룬다.
행안부의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취득세는 약 26조 원으로 11개 지방세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22.8%)를 차지했다. 재산세도 15조 1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국세청의 종부세 결정세액은 지난해 약 4조 5000억 원이지만, 토지를 제외한 주택분은 1조 원에 불과하다. 고가의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종부세를 대폭 올리더라도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메우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세수 결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도 함께 인상하는 쪽으로 논의가 흐를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고, 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주택자)다. 각종 공제 요인을 제쳐놓더라도 과표가 시세의 41%(시세x0.69×0.60)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끌어내렸던 공정비율을 다시 80%로 원상복구하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폭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시가격 로드맵이 부활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원상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치솟은 일부 고가주택은 세 부담 상한(전년 대비 150%)까지 보유세가 불어날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비해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비율을 많이 낮췄다”며 “탄력적으로 정책대응할 수 있는 버퍼를 확보하고 세수를 관리하는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보유세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2027년 종부세 과세기준일(내년 6월1일) 이전에 언제든 조정이 가능하다. 굳이 서둘러 카드를 내놓을 필요가 전혀 없는 셈이다.
문제는 공시가격은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가지 행정목적에 이용되는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소관부처인 국토부가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처럼 주택가격 구간별로 공시가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다시 꺼내 들 수 있다.

특혜가 중첩된 ‘똘똘한 한 채’를 그대로 둘 것인가?
근래 이른바 ‘한강 벨트’ 위주로 진행 중인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문제의식도 본격화되고 있다. 다주택자 위주의 대응방식이 혜택이 중첩된 1주택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한 시장 참여자들이 ‘한강 벨트’에 위치한 고가 1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전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접근 방식은 현재도 주택가액과 주택수 기준이 모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수 기준’을 ‘가액 기준’으로 바꾼다는 단순접근법보다는 1주택자 각종 공제를 줄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1가구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또는 고령자특별공제부터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가 ‘똘똘한 한 채’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집 한 곳에 20∼30년 살았는데 공제를 줄이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살펴서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다주택 중과 제도 역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극심한 집값 양극화를 고려한다면 차등적인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교수는 “주택이 여러 채든 1채든 몇십억 원이라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인데, (다주택 중과로) 오히려 비수도권만 죽어나는 영향이 있다”며 “적어도 수도권 이외에 지역에는 다주택자 개념을 다 풀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에 대해 응능부담 원칙 강조한 구윤철 장관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동행 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과 관련해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정책일 수도 있고, 응능부담(의 원칙)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이 담긴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유세·거래세 조정을 포함한 세제 운영 방향에 관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락인 이펙트(Lock-in Effect·매물 잠김 현상)’가 굉장히 크다”며 “팔 때 비용(양도소득세)이 비싸다 보니 안 팔고 그냥 (집을)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평균) 1% 매긴다고 치면, (집값이) 50억 원이면 1년에 5000만 원씩 (보유세를) 내야 하는데, 웬만한 연봉의 반이 날아가면 안 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꼭 다주택뿐만 아니고 (한 채의) 고가 주택 같은 경우도 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50억 원짜리 집 한 채 들고 있는 데는 (보유세가) 얼마 안 되는데, 5억 원짜리 집 세 채를 갖고 있으면 (보유세를) 더 많이 낸다면, 무엇이 형평성에 맞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것(보유세 강화)도 쉽게 하면 안 되니까 연구 용역도 하고 전문가 의견도 듣겠다는 것”이라며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의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어떤 정합성(맥락에 맞는 일관성)을 가지고 끌고 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허하라
과거부터 증세는 선거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다. 세금을 더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나온 말이다. 특히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8할에 이를 정도로 부동산에 과몰입된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관련 증세를 하는 건 정부·여당으로서는 한사코 피하고 싶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경험이 보여주듯 서울 등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민주당 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전세라는 무이자 사금융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특수성에 유동성의 홍수, 금융과 부동산의 결합이라는 요인들까지 더해지다 보니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참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가 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한강벨트’ 유역의 ‘똘똘한 한 채’ 사태는 기실 보유세를 필두로 하는 세제의 강화 없이는 진정시키기 어렵다. 세제를 강화해 기대수익률을 꺾지 않고는 ‘똘똘한 한 채’ 사태가 서울 전역 더 나아가 수도권의 주택시장을 왜곡시키고 교란시키는 걸 저지할 방법이 없다.
이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없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그저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자본의 이익에만 충실한 주장에 불과하다. 특혜에 특혜를 더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권장해 봐야 주택순증 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투기 심리에 휘발유를 부을 따름이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서 부동산 투기에 사용할 지렛대를 아주 짧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까지 정상화시키면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한강 벨트’도 속절 없이 조정을 받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