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아…집합건물 임의경매 13년 8개월 만에 최대



빚 못 갚아…집합건물 임의경매 13년 8개월 만에 최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빚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이 2년째 급증 중이다. 가계자산의 거의 전부인 부동산 경매를 막지 못할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파트 미분양 증가세도 꺾일 줄 모른다. 국토부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를 7만호 남짓으로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10만호가 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판이다.

대내외 경제 거시지표들을 봐도 그렇고 임의경매건수와 미분양 아파트수도 그렇고 최근 서울 아파트시장의 상승세는 위태롭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미디어들이 합작해서 서울 아파트 가격 띄우기에 혈안인데, 현명한 소비자라면 뇌동매매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원리금 상환 못해 경매 나온 집합건물, 13년 8개월만에 최대

8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1만 3631건(8월 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1만 983건)에 비해 24.1%, 작년 같은 달(9328건)에 비해 46.1% 늘어난 것으로 2013년 7월(1만 4078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주지하다시피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임의경매는 강제경매와 달리 재판과 판결문이 필요치 않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집합상가 등) 임의경매 증가세가 특히 가파르다. 지난 7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5484건으로 작년 같은 달(3547건)에 비해 54.6% 늘었다. 2년 전인 2022년 7월(2290건)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 2010년 11월(5717건)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신청 건수다.

7월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 지역이 16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과 서울이 각각 759건과 639건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 호황기 담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소위 ‘영끌족’들이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임의경매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임의경매는 2년째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3만 9059건 2022년(2만 4101건)에 비해 62% 늘었으며, 올해 1∼7월 신청 건수는 3만 371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 1497건)에 비해 52.8% 증가했다.


미분양 아파트, 10만호가 넘을지도 몰라

임의경매만 폭증하는 게 아니다. 미분양 주택 물량도 계속 증가세다. 지난 달 31일 발표한 국토교통부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7만 4037가구로 전달 대비 1908가구(2.6%) 늘어나며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 ‘불꺼진 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6월 1만 4856가구로 전월 1만 3230가구 대비 12.3% 늘었다. 11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상황이 한결 심각한 건 정부 통계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미분양 주택 규모가 통계 수치보다 훨씬 많은 10만 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분양 통계는 건설사의 자발적 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까닭이다. 또한 단지명 등 세부내역 미공개는 주택사업자가 요청해 비공개로 처리되면 전체 미분양물량에는 포함되지만 단지별 미분양 가구 수는 오리무중이 된다.

미분양 통계는 주택 매매 고려시 입주물량, 거래량, 전세가율, 경매시장 상황 등과 함께 시장 분위기를 가늠해 볼 주요 자료로 사용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미분양 주택수 신고를 ‘의무’가 아닌 ‘자발’에 맡기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정확성이 생명이므로 윤 정부는 이제라도 ‘미분양 주택 수 신고 의무제’를 도입해야 옳다.
 

 출처 : 국토교통부

출처 : 국토교통부

 

 

‘빚투’와 ‘영끌’은 패가망신의 첩경

서울 아파트 시장이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미디어의 집값 띄우기 협업(?)에 힘입어 꿈틀거리는 지금, 집합건물을 포함한 부동산 임의경매 신청건수의 폭증과 미분양 물량의 지속적 증가세가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는 심대하다. 그건 윤 정부의 부동산정책금융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부동산 경기부양 드라이브와 레거시미디어의 서울 아파트 불패론이 합작해서 밀어올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서울 아파트 시장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대내외 경제거시지표들도 흉흉하기 이를 데 없다. 천문학적 정부 부채에 시달리는 미국은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는 중이고, 일본 중앙은행의 기습적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인공지능(AI) 혁명에 대한 찬사는 의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더 처참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무역수지는 축소악순환의 사이클에 이미 갇힌 느낌이고, 민간소비는 초토화됐으며, 가계의 소득감소와 기업의 이익감소는 임계점에 도달했고, 난폭하기 이를데 없는 부자 감세 드라이브에 힘입어 정부 재정은 파탄 상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만 독야청청 우상향 할 수 있을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감당할 수 없는 ‘빚투’와 ‘영끌’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8월 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