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도 매물도 급감…가격도 꺾이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끓어오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을 얼어 붙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거래는 급감했고 매물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상승률도 5분의 1토막이 났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하향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세제정책과 공급정책이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다.

 

26일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 안내판이 비어 있다. 2025.10.26. 연합뉴스
26일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 안내판이 비어 있다. 2025.10.26. 연합뉴스

 

10.15대책 후폭풍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는 급감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열흘간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은 강화된 대출규제와 주택 구입 시 2년 실거주 요건 적용 등의 여파로 동결상태에 진입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이 시행된 이달 16일부터 전날까지 열흘간 서울에서 매매계약이 체결된 아파트 거래량은 56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까지 신고된 계약분 기준으로, 관련법상 주택 매매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까지 가능해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직전 열흘(10월6∼15일) 거래량은 추석 연휴가 포함됐음에도 2679건으로 이와 비교하면 대책 시행 이후 감소율은 무려 78.9%에 달한다.

심지어 규제가 본격 적용된 20~24일 서울 아파트 매매는 단 36건에 불과했다. 이마저 송파(15건), 강남(7건), 서초(2건), 용산(1건) 등 예전부터 강한 규제를 받던 곳에 몰렸다. 양천구(9건) 역시 2021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목동신시가지 1~14단지에서만 거래가 이뤄졌다. 놀랍게도 강동, 강서, 광진, 구로, 노원, 동대문, 동작, 마포, 서대문, 성동, 영등포, 은평 등 18개 자치구는 0건을 기록했다. 사실상 ‘거래멸종’ 상태다.

규제지역 적용으로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축소되고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주담대 한도가 4억 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차등 적용되는 등 대출 관련 규제가 크게 강화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거기에 갭투기가 사실상 차단된 된 것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인다.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지정 현황. 자료 : 국토교통부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지정 현황. 자료 : 국토교통부

 

서울 아파트 매물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거래만이 아니라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집주인이 판다고 내놓은 서울 아파트 물건은 26일 기준 6만 5667개로 지난 15일(7만 4044개)보다 무려 8377개(11.3%)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 6000개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3년 8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토허구역 지정으로 거래가 불가능해진 갭투기(전세 낀 주택 구입) 매물이 회수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서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계획했던 매도 희망자들이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도 계획을 접고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 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2025.10.15. 연합뉴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2025.10.15. 연합뉴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에선 벌써 가격 상승률 급락 통계 나와

10.15대책으로 말미암아 거래량과 매물은 확연히 줄고 있다. 이제 관건은 가격이 조정돼 하향안정화 수준까지 가느냐에 달렸다.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오는 30일 발표되지만, 이번 대책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위축되는 양상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26일 부동산R114가 집계하는 전국아파트주간시황에 따르면 10.15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시행된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0.42%) 대비 5분의 1토막 이상 급감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10.15대책 효과가 온전히 시세에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지난주 서울의 주간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다”고 말했다.

 

세제정책과 공급정책이 조속히 나와야

서울 아파트 가격을 하향안정화시키지 않고는 AI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의 부흥도, 종합주가지수 5000포인트로 대표되는 자본시장 활성화도, 부동산 양극화 완화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사활을 걸고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하향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0.15대책만으로 부족하다. 10.15대책은 올라가려는 힘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가격을 밑으로 끌어내릴 힘은 부족해 보인다. 

지금 필요한 건 ‘대책’이 아닌 ‘정책’이다. 대책이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라면, 정책은 정부가 철학을 가지고 방향성을 시장에 제시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세제정책과 공급정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장에 투사해야 옳다.

이재명 정부가 시장에 내놓을 세제정책은 부동산에 투자할 때 다른 투자수단에 비해 초과이익을 얻기는 무척 힘들다는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담겨야 옳다. 공급정책으로는 서울시에 위치한 국공유지(예컨대 용산 미군기지터, 태릉 골프장 등)를 전부 동원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 토지임대부 분양과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필요하다.

세금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특히 이른바 ‘한강벨트’의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보유하면 이익은커녕 손해가 나거나,  서울 요지에 아주 저렴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이 쏟아져 구축시장이나 신축시장에 머무는 수요 중 상당수가 빠질 수 있다. 그런 상태가 돼야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향안정화되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다.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10월 2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