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1개 구 상승 폭 확대…추가 대책 나오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절반 가까운 11개 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지난주에 비해 상승했다.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전체 아파트의 상승 폭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상승 폭이 커진 지역이 절반에 가깝다는 게 우려를 낳고 있다.’6·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 서울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액이 3억 원에 불과했다는 통계도 유의할 대목이다. 6억 원을 상한으로 하는 ‘6·27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필요시 추가대책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실도 부동산에 세금을 쓸 수 있다고 한만큼 선제적인 정책 발표로 부동산 시장을 하향안정화시켜야 한다.

25개구 가운데 무려 11개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 폭이 늘어난 서울

지난달 2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8월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로 상승 폭이 일주일 전 대비 0.01%포인트 낮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27대책’ 이후 0.40%(6월 30일)→0.29%(7월 7일)→0.19%(7월 14일)→0.16%(7월 21일)→0.12%(7월 28일)→0.14%(8월 4일)→ 0.10%(8월 11일)→0.09%(8월 18일) 등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주에 비해 상승 폭이 커진 서울 아파트 지역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주 대비 가격 상승 폭이 커진 구는 성동(0.15%→0.19%)·마포(0.06%→0.08%)를 비롯해 종로(0.05%→0.06%), 광진(0.09%→0.18%), 동대문(0.07%→0.08%), 성북(0.02%→0.04%), 강북(0.02%→0.03%), 도봉(0.00%→0.04%), 노원(0.02%→0.03%), 영등포(0.08→0.11%), 관악(0.07%→0.08%) 등 11곳이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상승 폭이 증가한 구가 무려 11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심상치 않은 신호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으로 매수세가 이동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반등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한국부동산원, 연합뉴스 재인용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 : 한국부동산원, 연합뉴스

주담대 6억 상한이 무색하게 서울 아파트 주담대 평균은 불과(?) 3억

부동산R114 리서치랩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주택담보대출 약정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2억 9557만 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평균 2억 8632만 원에서 1000만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구별로 강남구 아파트의 대출 평균이 4억 8362만 원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고였다. 이는 주담대 금액이 가장 낮은 금천구(1억 8174만 원)나 강북구(1억 8185만 원)의 약 2.7배 수준이다. 또 서초구 4억 6541만 원, 용산구가 4억 138만 원으로 강남구를 포함한 이들 3개 구의 평균 주담대 금액은 4억 원을 넘었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규제지역으로 묶여 LTV 50%(유주택 30%), DTI 40%로 제한되지만(비규제지역은 LTV 70%, DTI 60%),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아 대출액도 많은 것이다.

이들 강남·서초·용산 등 3개 구 외에 주담대가 높은 곳은 성동구로 평균 3억 7081만 원이었다. 이는 송파구의 3억 5000만 원보다도 높다. 이에 비해 주담대 평균이 낮은 곳은 금천·강북구와 함께 도봉구가 1억 9493만 원으로 2억 원을 넘지 않았다. 또 중랑구(2억 1062만원), 구로구(2억 1626만 원), 관악구(2억 1700만 원) 순으로 대출이 적었다.

중요한 건 이번 조사 기준일이 ‘6·27대책’ 이전인 5월인데도 구별 주담대 평균이 6억 원을 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6·27대책’에서 수도권의 주택은 차주의 소득 여부와 무관하게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를 썼는데 대책 이전에도 평균 대출액은 한도보다 한참 낮은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를 뒤집으면 ‘6·27대책’이 급한 불은 껐지만 부동산 시장을 장기간 안정시키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2025.8.14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2025.8.14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주담대 RWA 조정 등 건전성규제 정비”

정부도 ‘6·27대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식과 발언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시장상황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3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답변에서 ‘6·27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의에 “4월 이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던 상황에서 6·27대책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출 규제만으로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상당수”라며 “임명 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는 부동산 공급 대책과 세제 등의 다른 정책 수단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후보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강화 등 추가 대책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는 “LTV 규제 강화는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 방안에도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확대뿐만 아니라 전세가 상승을 뒷받침해 갭투자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양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크게 공급 규모가 늘어난 정책대출을 두고는 “서민 주거 안정과 저출생 대응 등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적정하게 공급되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대출 규제와 관련해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주택시장 및 가계대출 동향 등을 살펴 필요시 준비된 방안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금융권의 자금중개 기능을 첨단, 벤처, 혁신, 지역경제 등 생산적 분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그는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조정 등 거시건전성 규율체계 정비를 통해 가계대출로 쏠리는 자금 흐름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재 15%에서 25% 수준으로 올리고, 정책 펀드나 벤처투자 관련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만약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대거 올리면 은행의 주담대 공급총량이 격감할 수 밖에 없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 8.20.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 8.20.연합뉴스

부동산 세금 강화를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커

금융당국이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등의 조치를 통해 부동산으로 쏠리는 자금 흐름을 억제하는 것과 동시에 부동산 세금 강화가 필요하다.

보유세 등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갉아먹어 부동산에 무리하게 올인할 유인을 낮춘다. 부동산 과세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부동산 매수 유인은 감퇴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매수 유인을 꺾는 건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부동산보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높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세금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시장안정이나 주거복지를 위한 일이라면 그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될 것”이라며 “(정부가 세금정책을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제일 센 대책을 안 쓴다’, ‘손발을 묶고 한다’는 얘기도 하던데 이는 굉장한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6·27대책’이 주효한 건 시장의 예상을 넘는 강도 때문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9월 1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