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약 17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 집중, ‘똘똘한 한 채’ 추구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지방에 비해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속된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후속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에는 보유세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의 예상을 한층 뛰어넘는 강도의 대책이어야 시장을 확실히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간 집값 양극화 극단적 수준까지 진행돼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수도권과 지방이 152.0과 105.2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2017년 11월을 100으로 해서 산출하는데, 지난 7월 수도권 지수의 지방 대비 비율은 1.4449는 지난 2008년 8월(1.4547) 이후 최고치였다.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가 17년 만에 크게 벌어졌다는 뜻이다.
수도권-지방 아파트값 수준 차이는 2008∼2009년까지 확대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점차 축소됐다. 이후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고, 팬데믹 회복 국면에서 잠시 주춤했다가 2023년 이후 또다시 커졌다. 최근에는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오히려 하락하는 집값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과거 주택경기 부양 정책이 맞물리면서 주택가격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극단적 집값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토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의 발전을 견인하고,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1주택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세율 인상 없는 보유세 강화 추진?
정부는 6.27 대출규제에 이어 9.7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등의 아파트 시장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추가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더욱 조이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세금을 어떤 강도로 가져갈 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이 추가적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과 국토부가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세제 당국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세제 당국의 인식을 엿보게 한다. 세제 당국은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자칫 노무현 시즌 2 혹은 문재인 시즌 2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간접적인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세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고, 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1주택자)다. 각종 공제 요인을 제쳐놓더라도, 과표가 시세의 41%(시세x0.69×0.6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끌어내렸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80%로 원상복구하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폭 커질 수 있다. 가격이 치솟은 일부 고가주택은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불어날 수 있다.

6.27대책에 이어 대출 더욱 바짝 조일 듯
대출도 더 조일 전망이다.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부동산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약발이 다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체계 내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일정 수치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은행권 기준으로는 40%를 초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 한도 자체를 낮추거나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그동안 예외로 둔 영역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소득의 40%를 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을 드러내 왔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현행 40%인 DSR 한도를 3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주담대 한도를 현재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거나 특정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규제지역 늘리고 토허제도 만지작
규제지역 확대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를 비롯한 ‘한강 벨트’ 권역 및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가격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1.5배)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 이상이면 지정 대상이 된다.
규제지역에 더해 정부가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면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갭투자가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토허구역 지정권자를 국토부 장관으로 확대하는 관련법 개정안은 일러야 내달 이후에나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현재 시장 상황에 즉시 적용할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시장의 예상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대책이 나와야
이재명 정부가 상대하는 시장참가자들은 과거에 비해 자산과 현금이 많고, 금융을 아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정보의 비대칭성도 거의 소멸된 사람들이다. 이런 시장참가자들을 상대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예상을 압도하는 강도와 대출·공급·세제의 유기성이 필수적이다. 좌고우면하다 내놓는 어설픈 대책은 시장의 기를 살려주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