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최종금리 수준 더 오를 것”…금융시장 충격과 공포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8일(현지시간) 시장참여자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위 청문회에서 “우리는 아직 3월 회의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만일 전체 데이터의 방향이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최근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 더 강했다. 이는 최종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발언했다. 파월의 이 발언은 연준이 추가 긴축 결심을 굳혔다고 해석되며 시장참여자들을 낙담케 했다.
만약 연준이 3월 다시 빅스텝을 결정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5∼4.75%에서 단번에 5.0∼5.25%로 올라가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 상의 최종금리 전망치 중간값(5.1%)과 거의 일치한다. 파월이 이를 모를 리 없기에 추가 긴축을 강력히 시사한 파월의 발언은 현재 연준이 생각하는 기준금리의 상단(height)과 기간(period)이 시장의 전망을 상회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시장참여자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연내 피벗(긴축에서 완화로의 통화정책의 방향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파월의 발언 이후 미국 국채수익률은 뛰고, 증시는 가라앉았으며, 환율은 다시 불안해졌다.
꺾이지 않는 미국의 물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노동시장
파월이 기준금리의 상단을 높이고, 고금리 기조를 길게 가져갈 듯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건 미국의 물가가 좀체 꺾이지 않는데다, 서비스물가의 근간이라 할 노동시장이 견조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2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직전 월인 지난해 12월 당시 상승률(5.3%)보다 높았으며, 한 달 전(0.2%)과 비교한 PCE 지수는 0.6% 급등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4.7% 상승했는데, 이는 금융정보업체 팻트셋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4.3%)를 상회한 것으로 전월 4.6%보다도 더 높았다. 또한 전월과 비교하면 0.6% 오르면서 월가 예상치(0.4%)를 상회했다. PCE지수와 근원PCE지수의 상승률이 다시 가팔라지는 건 그만큼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이고 견조하다는 뜻이다.
연준의 근심을 한층 깊게 만드는 건 노동시장이 유례없이 활황이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2,000건 감소한 19만 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7주 연속 20만건을 하회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호황이다 보니 소득과 지출이 느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달 개인 소득은 전월 대비 0.6%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0.3%)보다 더 높은 상승률이다. 충격적인 건 지난달 소비 지출이 무려 1.8% 뛰었다는 사실이다. 소비 지출은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마이너스(-) 행진을 벌였다가, 갑자기 반등했다. 미국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개인 소득과 소비 지출이 동시에 늘었다는 건 미국의 고용시장이 역대급일 정도로 탄탄하기 때문으로 이 역시 디스인플레이션을 강력하게 저지하는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CPI, PPI에 이어 PCE지수마저 급등세로 돌아선데다 돌진적인 금리 인상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시장이 역대급일 정도로 활황을 유지하는 까닭에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사활을 건 연준으로서는 긴축 기조를 재차 천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연준은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오판해 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失期)한 뼈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인플레이션을 진압하려 올인 중이다.
6%대 기준금리 인상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지표들을 주시해야
불과 얼마전까지 연내 연준 피벗을 기정사실화했던 시장은 이제 미국 기준금리 상단 6%얘기를 공공연히 할 정도로 급변했다. 기실 연준이 물가와 금리에 대해 갖는 관점(view)도 물가, 고용 등의 경제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연 2%대로 빨리 내려올지 아니면 4~5%대에서 장기간 횡보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은 섣부른 예단을 지양하고 미국에서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들에 주목할 때다.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경제지표들은 3월 9일(미국시간)발표될 미국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3월 10일 발표될 미국 민간 비농업부문 고용 변화 및 실업률, 3월 14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3월 15일 발표될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이 있다. 앞에서 열거한 고용 및 물가 관련 주요경제지표들이 3월21일~22일 열리는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