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부동산 시장…서울 아파트 경매 9년새 최대



신음하는 부동산 시장…서울 아파트 경매 9년새 최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쏟아지는 대내외 대형 악재들로 부동산 시장이 허덕이고 있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부쳐진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매물이 쏟아지지만 매매 거래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가 2015년 4월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도 전달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건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건수는 통계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 내면의 에너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좀체 기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이래 최대로 쏟아진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8일 발표한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493건으로 전월(2933건) 대비 19.1% 증가했다. 지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건수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경매 건수가 급증했다. 서울의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2015년 4월(401건) 이래 가장 많았으며 경기도는 809건으로 2014년 12월(845건) 이래 약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대거 출현한 데다 대출 규제 매수세 위축이 심화하면서 매물이 쌓인 것으로 관측된다.

전국 낙찰률은 40.0%로 전월보다 3.3%포인트 상승했으나 서울 낙찰률은 41.3%로 전달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서울에선 노원구 등 외곽지역 아파트 위주로 2번 이상 유찰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지지옥션은 설명했다.

 
9만 건에 바짝 다가선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9일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건수는 8만 9144건을 기록했다. 아실이 매물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 9만 건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건수는 지난달 19일 8만 9131건으로 최대를 찍은 후 횡보하다 이날 전고점을 새로 썼다.
 

서울 아파트 일별 거래현황, 출처 : 아실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

한편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등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시들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9108건 ▲8월 6420건 ▲9월 3050건 ▲10월 2804건 ▲11월 178건으로 급격히 꺾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거래량은 시장 내면의 체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대출을 조이니 거래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또렷하게 목격된다.
 
 

서울 아파트 평균거래금액 및 거래량,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 아파트 평균거래금액 및 거래량,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내우외환의 악재들이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는 중

쏟아지는 경매물건, 집계 이래 최다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매물, 지리멸렬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 등이 지시하는 건 간명하다. 대내외의 경제 악재들이 부동산 시장지표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대내적으론 성장 쇼크,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임계점을 넘은 가계부채,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하는 정치 리더쉽의 실종 등이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대외적으론 트럼프 2기에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고금리, 강달러라는 악재가 해일처럼 덮쳐오는 중이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조정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정의 폭과 기간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조정은 피하기 어렵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11월 9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