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몰려오는데 모래성 서울 아파트만 바라보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작년 자영업자 폐업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자영업자 연체율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닫는 등 내수의 바로미터 할 자영업 시장이 눈사태처럼 붕괴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가 무너지고 경제성장률은 뒷걸음질을 치는데 주택담보대출이 중핵인 가계대출 증가세는 무정부상태를 방불케한다. 국민경제의 근간인 민간소비와 무역수지가 무너지는 마당에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 미디어 그리고 적지 않은 시장참여자들은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에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쓰나미가 몰려 오는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는 광경이 연상된다.
폐업과 연체율의 쓰나미, 붕괴되는 자영업 시장
주지하다시피 경제활동인구 넷 중 하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가운데 기형적으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자영업자 등이 민간소비의 첨병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흥한다는 건 민간소비가 왕성하다는 뜻이고 반대라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자영업 시장은 폐업과 연체율의 해일에 속절 없이 붕괴 중이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 증가했다. 증가폭은 11만 9195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폐업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 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지난해 폐업률은 9.0%로 2016년(11.7%) 이후 줄곧 하락하다 8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더 충격적인 건 자영업자 폐업 증가폭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 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실업급여 지급액 보다 올 5월까지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이 10.6% 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사실이다. 올해 역시 자영업 시장에는 통곡소리만이 가득한 것이다.
폐업자가 폭증하는 마당에 연체율이 양호할 리 만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비(非)은행, 이른바 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4.18%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대출·연체 등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직전 분기(3.16%)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1.02%포인트(p) 뛰었고, 2015년 2분기(4.25%)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1년 전인 2023년 1분기(2.54%)보다는 1.64%p나 높다.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9.96%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몰리는 만큼 여러 곳에서 돈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분기 현재 자영업자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178만3천명)는 5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2019년 4분기(57.3%)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고 비율이다.
자고 일어나면 문을 닫는 자영업 시장, 하루가 다르게 연체율이 폭증하는 자영업 시장이 지시하는 바는 자명하다. 국내 내수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그것이다.

빠르게 성장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뒷걸음치는 한국경제
자영업 시장이 붕괴하는 와중에 충격적인 소식이 더해졌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 기조가 깨졌다. 심지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3%로 실질 GDP 성장률(-0.2%)보다도 낮았다.
한은은 기저효과 운운하는 소리를 하는 모양이지만 무역수지, 민간소비, 투자 등의 모든 영역에서 역성장을 한 건 윤석열 정부 이후 저질체력으로 전락한 한국경제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할 것이다.
집 사려고 낸 빚에 깔린 대한민국
내수가 붕괴되고 성장은 후퇴하는 마당에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끝없이 증가 중이다.
은행 가계대출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20조 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빚 증가 속도가 무려 5배로 빨라진 셈이다. 특히 주담대가 26조5000억 원이나 폭증하며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폭증했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자금 공급(디딤돌·버팀목 대출 및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을 완화)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연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기에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이 수요에 기름을 부었는데,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은 정부 요인이 압도적인지라 가계대출 폭증을 사실상 윤 정부가 견인한 셈이다.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들이 전부 흔들거리는 와중에 서울 아파트 값만 들썩이고 그걸 사겠다고 내는 빚의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건 누가 봐도 병리적이다.
쓰나미가 몰려오는 해변에서 모래성 쌓기에 열중인 나라
레거시미디어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의 압도적 관심사가 서울 아파트 시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레거시미디어들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전고점에 육박했다’느니 ‘전고점을 돌파했다’느니 따위의 기사들로 도배 중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밀어올리는데 정부가 가진 정책수단들을 전부 동원 중인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정부와 언론의 합동작전(?)에 현혹돼 뇌동매매 중인 소비자들도 많다.
국민경제의 근간이 무너지는 마당에 이들의 불장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쓰나미가 임박한 해변에서 모래성 쌓기에만 혈안인 철부지들이 연상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