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올인하는 한국, AI 지각변동 일으킨 중국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역사상 최고점이었던 2021년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민간 부동산 리서치 업체의 발표가 거의 모든 레거시 미디어에 실렸다. 무슨 경축할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보도한 언론들이 많았다. 그러나 작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빚으로 밀어올린 가격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이 서울 아파트 가격에만 주목하는 사이 중국의 딥시크(DeepSeek)라는 스타트업 기업은 전세계 인공지능(AI)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AI의 선두주자 미국이 바짝 긴장할 지경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아파트 가격에만 골몰한다면,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고 대한민국의 앞날에는 먹구름만 가득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역사적 전고점 근접이 낭보?
29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3.3㎡당 평균 3861만 3000원으로, 2021년(3885만 5000원)의 99.4% 수준이다. 서울 집값은 2021년 고점을 찍은 이후 2022년(3738만 2000원)과 2023년(3613만 5000원) 연속으로 하락했으나, 지난해는 전년 대비 6.9% 상승하며 전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3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3월 넷째 주 전주 대비로 상승 전환한 후 12월 넷째 주까지 40주 연속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년 대비 4.5% 오르며 지난해 3.3㎡당 평균 2319만 9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2515만 4000원)의 92.2% 수준이다.
다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집값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1년 3.3㎡당 1030만 1000원에서 2022년 959만 8000원으로 6.8% 떨어졌다. 2023년(945만 1000원)은 전년 대비 2.6%, 지난해(932만 6000원)는 0.3%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의 지난해 평균 매매가는 3.3㎡당 1619만 5000원으로, 2021년(1765만 2000원)의 91.7%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전혀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득을 포함한 경제 관련 모든 거시지표들이 최악을 거듭 중인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만 상승한다는 건 시장에 있는 자금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가 전부 빨아들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아파트는 수출할 수 없고, 내수에도 오히려 마이너스다. 아파트가 사회적 자원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한다는 건 일종의 사회적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빚내서 아파트 사는데 올인하는 대한민국
그나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사면 사회적 피해가 덜하겠지만 빚을 내지 않고 그 비싼 아파트를 사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다. 빚을 내 집을 사는 건 이제 흔한 풍경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1조 6000억 원 증가해 2023년 말 대비 잔액이 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가계대출이 연간 10조 1000억 원 늘어났던 것과 비교해 증가 폭이 4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에는 단연 주담대의 폭증이 절대적이었다. 지난해 기타대출이 15조 5000억 원 줄어든 반면 주담대는 57조 1000억 원 증가하며 2023년(45조 1000억 원) 대비 오름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집값 급등으로 주담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020년(67조 원), 2021년(69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변동폭이 작았지만 60조원에 근접한 막대한 규모다.
결국 서울 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가격의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의 폭증에서 연유한 바 크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고, 부채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상승하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또 빚을 내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민국은 완전히 갇혔다.
전 세계 AI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딥시크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젊은 기술 인재들을 모아 AI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작은 기업이 미국 거대 기업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정보기술매체 테크놀로지 리뷰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됐다. 딥시크 설립자는 1985년생 량원펑이라는 인물로, 중국 광둥성 출신인 그는 공학 분야에서 특히 손꼽히는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인 2015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선구적으로 적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의 자산은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고, 량원펑은 소규모 AI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다 독립적인 회사로 분리해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스스로 펀드 트레이더보다는 엔지니어로 인식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WSJ은 그와 가까운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CNN 방송은 그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에 빗대 “AI 기술 전도사로 중국의 샘 올트먼이 됐다”고 표현했다. 량원펑의 펀드 하이-플라이어는 2019년부터 AI 개발을 위한 칩을 비축하기 시작해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개를 확보해 AI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후 2023년 11월 딥시크는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 코더’를 공개했고, 지난해 5월에는 한층 더 진전된 ‘딥시크-V2’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강력한 성능과 저렴한 비용으로 크게 주목받으며 중국 내 AI 모델 시장에 가격 전쟁을 촉발했다. 이어 차례로 내놓은 딥시크-V3과 딥시크-R1은 이 회사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딥시크는 V3와 R1이 모두 미국의 주요 AI 모델보다 성능이 더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미국 수학경시대회인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은 79.8%를 얻어 오픈AI ‘o1’의 79.2%보다 앞섰다고 딥시크는 밝혔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이 두 모델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연구원들이 챗봇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폼인 ‘챗봇 아레나’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특히 최신 추론 모델 R1의 경우 기존 모델의 미세 조정(fine-tuning) 단계를 건너뛰고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초점을 맞춘 창의적인 설계 등으로 주목받았다.
딥시크가 전 세계 AI시장을 경악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이 회사가 그동안 미국 주요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에 들인 비용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자사 모델을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이다. 회사 측은 딥시크-V3 개발에 들인 비용이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Llama) 3 모델을 엔비디아의 고가 칩 ‘H100’으로 훈련한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여전히 딥시크에 대해서 여러 의구심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딥시크가 보여주듯 중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이라 할 AI부문에서 미국을 위협할 경쟁자로 자리매김한 건 분명하다.
새 정부는 아파트가 아닌 4차 산업혁명에 올인해야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토건국가 경향이 한결 심해졌다. 이제는 아파트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모든 정부 역량과 사회적 자원이 아파트 가격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데 탕진됐다. 그 대신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에는 극히 인색했다.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이 사회의 모든 자원을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 산업은 지리멸렬해졌다. 반면 중국은 고속성장을 견인했던 부동산이 붕괴하는데도 별다른 부양 없이 경착륙을 견디며 4차 산업에 올인 중이다. 딥시크는 그 결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이 사는 길은 자명하다. 전통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조업을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 빈사상태인 내수를 획기적으로 부양하는 것이 그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에 대해 신경을 꺼야 한다.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이후 치러질 조기대선에서 승리해 새로 구성될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는 정 반대로 해야 한다.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