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밑돈 미국 소비자물가, 몰려오는 경기침체 먹구름

 

 

 

 

 

 

 

예상 밑돈 미국 소비자물가, 몰려오는 경기침체 먹구름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을 학수고대하는 시장참여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전망치를 하회한 것이다. CPI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는 걸 확인한 시장에선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고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급상승했다. 시장의 기대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심지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경기침체가 엄습할 가능성이 높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급락이 그 방증이다.


시장의 전망을 하회한 미국 CPI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9%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월인 올해 3월(5.0%)보다 낮을 뿐 아니라,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도 하회했다. 심지어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소 폭 상승이다. CPI는 지난해 9월 9.0%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5%올라 헤드라인 물가를 넘어섰으며, 이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한편 채권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월가 내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있다는 기대도 품고 있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추세적 급락은 경기침체 선제적 징후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연준이 긴축적 통화정책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연준 피벗을 단행하면 만사형통인지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짓눌린 가계와 기업은 연준 피벗만 도래하면 한시름 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너무 짙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강한 인플레이션이 오고 이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펼치다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드는 기미를 보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때 경기침체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원자재시장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구리, 철광석 등의 가격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는데 특히 구리의 경우 ‘닥터 코퍼’(Doctor Copper·구리 박사)라고 불리며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로 통용되고 있다. 최근 국제 구리 가격은 가파른 내림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10일 거래된 구리 가격은 t당 8469달러로 올해 고점(1월 18일의 9436달러) 대비 거의 10%p 하락했다. 월 평균 가격은 1월 8999.79달러에서 지난달 8814.00달러, 이달 1~10일 평균 8523.00달러로 주저앉았다. 아래 〈그림 1〉은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철광석도 구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NMIS)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2월 평균 t당 126.21달러를 찍은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달 평균 가격은 103.62달러다. 아래 〈그림 2〉는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4차 산업의 핵심 광물이라 할 리튬의 사정은 더 처참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N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 1월 평균 kg당 454.50위안을 찍은 뒤 계속 떨어져 이달 평균 가격은 173.10위안까지 내려왔다. 아래 〈그림 3〉는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이처럼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오매불망 연준 피벗만 고대할 때 경기침체(recession)의 파도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감세와 시장정상화 조치 해제 밖에 모르는 윤석열 정부가 경기침체에 유능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근심된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5월 1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