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토허제 해제 반성은 않고 공급으로 사고치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가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을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하면서도, 투기의 불쏘시개를 만들었던 성급한 토허제 해제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었다. 오 시장은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한 공급물량 확보를 시장 안정의 첩경으로 주장하지만,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 등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및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장 안정 위해 최선 다하는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과도한 조치’라고 재차 비판했다. 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평가해 달라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질의에 “2~3년 통계를 보면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역도 있는데, 그런 구역이 (규제 대상에) 많이 포함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 문제는 발표 이틀 전에 (정부가) 서면으로 의견을 구해와 ‘신중한 검토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보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발표 직전에 유선상 구두로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면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의견을 개진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 시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이란 뜻인가, 반대란 뜻인가”라는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의 질의엔 “반대다”라고 답했다.

또한 오 시장은 “(대책 발표) 초기엔 수요 억제가 효과를 발휘해 가격이 당분간 안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사기도, 팔기도 어렵고 전월세 물량 확보도 어려운 일이 도래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안정을 위한 충분한 물량 공급을 위한 지름길은 민간 시장 활성화”라며 “시장 원리를 활용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적절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구사해 많은 물량이 공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 절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의 보유세 강화 움직임에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고 주택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뜻을 피력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지난 2월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여파로 갭투자가 늘고 집값이 급등했다며 오 시장에 책임을 물었다.

오 시장은 “다른 지역은 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는데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만 묶인 채로 오랫동안 지속돼 민원이 거셌다”며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된다는 각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오는 상태에서까지 해제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라는 판단에 내린 최선의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또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겨냥해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강남 시장’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제가 취임 후 4∼5년간 신규 지정한 정비구역은 강남·북에 골고루 있다. 저에게 강남 시장이라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토허제 풀어 투기심리 자극하고도 개전의 정 없는 오세훈 시장

불타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비난만 퍼붓는 오세훈 시장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오 시장은 염치도 없다. 강남 등의 토허제를 성급히 풀어 지금의 투기장을 만든 장본인이면도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12일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안정화됐다”며 서울 강남·송파구 ‘잠삼대청’ 일대 아파트 291곳(재건축 대상은 제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잠실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기 이전에도 서울 집값은 너무나 비쌌다.

지난 1월 3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1.1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에 더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을 표준 대출로 가정했다. 이 지수가 61.1이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소득이 25.7%)의 61.1%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지난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했다.

문제는 서울이다.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0.9로 집계됐다. 전 분기(147.9)보다 3포인트(2.0%) 상승한 것으로, 무려 소득의 38.8%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셈이다. 지난해 3분기 중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가계대출도 폭증해 은행들이 부랴부랴 가산금리 인상에 나섰던 때다. 서울을 제외하면 100을 넘는 지역은 없었다. 세종이 93.6으로 서울말고는 가장 높았고, 경기(80.9), 제주(72.3), 인천(65.4), 부산(62.0) 등이 전국 지수를 웃돌았다.

눈여겨 볼 것은 서울이 지난해 3분기에 벌써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 분기 대비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푼다’는 오 시장의 당시 결정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감장에 나온 오 시장은 민원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등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토허제 해제 결정의 타당성만 역설 중이다. 뻔뻔하기 그지 없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2025.10.15. 연합뉴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2025.10.15. 연합뉴스

 

6년내 서울에 주택 31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오 시장

한편 오 시장은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시장 안정의 최선책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미 오 시장은 정비사업 속도를 대거 끌어올려 6년내 서울에 31만 호의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중 이른바 ‘한강벨트’에 20만호 가까운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것도 오 시장의 승부수 중 하나다.

문제는 오세훈 시장의 공급대책이 실현 가능성도 낮을 뿐 아니라 수다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공급대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

오세훈표 ‘신통기획 2.0’ 공급대책을 보면 마치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허다한 문제점들이 내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오세훈표 공급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행정절차 간소화로 사업 속도를 조금 높여준다고 해서 실제로 돌아갈 수 있는 사업장은 극히 드물다.

오세훈표 신통기획으로 노후 저렴주택이 격감하는 것도 문제다.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촉진되며 서민들이 사는 연립, 빌라 등의 주거유형은 멸실되기만 할 뿐 공급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비싼 아파트가 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은 빠르게 중상층 이상만 살 수 있는 도시로 변모 중이다. 저렴주택의 멸실은 필연적으로 그 저렴주택에 살던 사람들을 서울 밖으로 축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사례도 없다. 흔히 집값을 안정시킨 주택공급 사례로 꼽히는 1기 신도시 등을 포함한 주택 200만호 건설도 택지소유상한제 등의 토지공개념 3법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등의 강력한 수요억제정책이 동반됐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따름이다. 거기에 경기둔화도 한몫했다.

오 시장은 특혜에 특혜를 더해 재건축 및 재개발을 가능케 하고 그걸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인데, 그래봐야 주택 순증 효과는 미미하며, 투기수요 기승으로 주택 시장만 불안해질 뿐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보유세 등으로 기대수익률 꺾고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공공임대 공급해야

오세훈 시장은 토허제를 성급하게 풀어 투기에 불을 붓더니 ‘신통기획 2.0’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하향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절대 안 될 정책이다.

보유세 등의 부동산 세제를 강화해 기대수익률을 꺾으면서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만이 서울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효과적 수요 억제정책과 투기차단형 공급확대 정책이 결합되어야 서울 아파트 시장의 하향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10월 2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