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제개편안 확정…’부자감세’ 되돌리기 본격 시동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3년 만에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되돌리기 위한 세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전임 정부의 감세정책 원상복구는 사실상의 증세를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은 법인세를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고,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의 기준도 원상복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기에 자본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배당 분리과세도 시행한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8조 원 가량의 추가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종부세 등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과세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빠진만큼 증세 여지는 아직도 더 남아 있다.

기획재정부 박금철 세제실장(오른쪽 첫 번째)이 31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금철 세제실장. 조만희 조세총괄정책관, 김병철 재산소비세정책관, 최재영 관세정책관. 2025.7.31.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박금철 세제실장(오른쪽 첫 번째)이 31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금철 세제실장. 조만희 조세총괄정책관, 김병철 재산소비세정책관, 최재영 관세정책관. 2025.7.31. 연합뉴스

법인세 원상복구, 양도세 내는 대주주 기준도 3년 전으로 되돌려  

기획재정부는 31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법인세를 원상복구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25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세제 기틀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정책 청사진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세법개정안 대신 ‘세제개편안’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재부는 경제강국 도약 지원, 민생안정을 위한 포용적 세제, 세입기반 확충 및 조세제도 합리화를 3대 목표로 총 13개 법률(내국세 12개·관세 1개) 개정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14일간의 입법예고,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세제개편안은 경제 강국 도약과 민생 안정을 지원하는 한편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약화한 세입 기반을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세수기반 확충’에 방점을 찍었다. 3대 세목(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중에 법인세부터 수술대에 올렸다. 소득세와 부가세는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아 폭넓은 조세저항 등으로 쉽게 손대기 어려운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25년 세제개편안 주요 내용
2025년 세제개편안 주요 내용

현행 법인세는 4개 과표구간에 따라 2억 원 이하 9%,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19%,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 24%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세제개편으로 일괄적으로 1%포인트씩 인하된 결과다.

이재명 정부는 이들 4개 구간의 세율을 모두 1%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 2억 원 이하 10% ▲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20% ▲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 22% ▲ 3000억 원 초과 2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최고세율만 올리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논의 끝에 모든 과표구간의 세율 인하분을 일괄 원상복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개편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면 내년 사업소득부터 적용된다. 법인세수 증가 효과는 2027년부터 나타나게 된다.

또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는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주식 양도세를 내는데, 앞으로는 10억 원 이상 보유자도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 역시 윤석열 정부 당시의 완화분을 그대로 원상복구하는 조치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0%로 환원된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는 0% 세율(농어촌특별세 0.15% 별도)이 적용되고 코스닥 시장 등은 0.15% 수준이다. 정작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거래세만 인하된 기형적인 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미도 깔렸다.

조세형평성을 고려해 ‘과세 사각지대’였던 감액배당에는 과세가 이뤄진다.

감액배당은 자기자본을 감액해 배당하는 것으로 순이익을 나눠주는 일반배당과 달리 과세되지 않다 보니 대주주 조세회피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세가 이뤄지면 일반배당 대신에 감액배당을 선택할 유인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보험업체의 이익 1조 원 초과분에는 교육세 세율을 0.5%에서 1.0%로 0.5포인트 인상한다. 교육세가 도입된 1981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하면서 기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조단위 수익을 올리며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해왔다고 비판한 대형 금융회사들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 견인

이번 세제개편에 증세만 있는 건 아니다. 세부담을 완화하는 조항도 여럿 담겼다. 예컨대 고(高)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대표적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000만 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 징수하지만,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내 과세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배당소득 2000만 원 이하에는 14.0% ▲2000만 원~3억 원 구간에는 20% ▲3억 원 초과분에는 35%의 세율을 각각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과세분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까지 반영하면 구간별로 15.4%, 22%, 38.5%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또한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증가분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인 상장사에만 적용된다. 국내 상장사 약 2500곳 가운데 350여곳이 대상이 될 것으로 세제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다자녀 가구 지원책으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확대된다. 총급여 7000만 원 이하라면 기존 공제한도 300만 원에서 자녀 1명 350만 원, 2명 이상은 400만 원으로 각각 50만 원, 100만 원 늘어난다. 총급여 7000만 원 초과자는 현행 250만 원에서 자녀당 25만 원, 최대 50만 원 상향된다.

2025년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효과
2025년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효과

이번 세제개편으로 8조 원 이상의 세수 추가 확보가 가능해져

이번 세제개편으로 5년 간 8조 1672억 원(전년비 기준·순액법)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법인세가 4조 5815억 원, 증권거래세가 2조 3345억 원, 교육세를 비롯한 기타 세목이 1조 2880억 원씩이다. 소득세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2296억 원 가량 세수가 줄어든다.

기준연도 기준으로 계산(누적법)한 세수 효과는 5년간 35조 6000억 원이다.

세제개편 또는 세법개정 세수 효과가 플러스로 추산된 것은 2020년(676억 원) 이후 5년만이다.

증세 부담은 대부분 기업 몫이다. 과세표준 전 구간에 걸쳐 상향 조정된 법인세율 인상 영향이다.

전체 세수효과의 절반이 넘는 4조 1676억 원은 대기업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중소기업 세 부담도 1조 5936억 원 늘어난다. 반면 서민·중산층의 부담은 1024억 원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감세로 경기 활력을 높이고 세수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의도했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과 세수를 보면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곤란하다”라며 “이제는 세입기반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2023년과 2024년 세수는 감세정책과 경기 부진 영향으로 각각 56조 4000억 원, 30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결손을 기록한 바 있다.

가뜩이나 선진국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낮은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투자와 저출산 고령화 대응을 위해 재정 보강이 시급하다는 점은 증세로의 방향전환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국세수입 현황. 연합뉴스
국세수입 현황. 연합뉴스

종부세 등 증세 여력은 아직도 충분해

중요한 건 이재명 정부에 여전히 증세 여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종합부동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통해 손쉽게 증세 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종부세는 지난 정부 대폭 완화되면서 중과 대상이 99.5% 줄어드는 등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손을 대지 못한 비과세·감면조치 등에 대한 정비를 통해서도 증세기반 확충이 가능하다. 특정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은 각종 이해관계에 얽힌 탓에 법정한도를 넘기며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49조 6000억 원이었던 국세감면액은 지난해 71조 4000억 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7월 31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