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집값…서울 신고가 비율 활황기의 5분의 1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대출 규제와 시장 에너지 소진 등의 영향으로 전국 집값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는 가운데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세도 활황기에 비할 때 상승강도가 매우 약했다는 통계가 등장했다. 서울 아파트 신고가 비율이 주택 시장 활황기이던 20~21년과 비교할 때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자료가 그것이다. 일부 단지의 국지적 상승에 그치는 시장을 과대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곤란하다.
9월 들어 활력을 잃어가는 주택시장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아파트·연립·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1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 폭은 전달(0.24%)에 비해 줄었다.
지난 8월 0.83% 오르며 5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서울의 경우 9월 상승 폭이 0.54%로 줄었다. 수도권의 상승 폭 역시 0.53%에서 0.39%로 감소했다.
한편 신규 입주 물량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은 하락 폭이 -0.04%에서 -0.03%로 다소 줄어들었다.
9월 서울 지역 집값 상승률을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의 상승 폭이 0.79%로 8월(1.27%)에 비해 줄긴 했지만, 모든 주택 유형 가운데 가장 컸다. 연립·다세대 주택(빌라)의 상승 폭도 8월 0.23%에서 9월 0.20%로 다소 줄었고, 단독·다가구 주택은 0.24%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구별로 보면 서초구(1.16%), 강남구(1.07%), 성동구(0.91%), 송파구(0.89%), 용산구(0.72%), 마포구(0.70%), 광진구(0.65%), 영등포구(0.61%)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 아파트 신고가 비율, 활황기의 5분의 1에 불과
최근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택가격 활황기에 비할 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기준 9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의 신고가 비율은 전체 거래의 14.5%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월의 13.7%에서 0.8%p 오른 것으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9.0%에 비해 올해에만 5.5% 오른 것이다.
그러나 전국 아파트 신고가 비율은 9월 기준 4.30%로 서울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전국 아파트 신고가 비율은 2023년 1월에 3%대로 떨어진 이후 올해까지 3~4%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전국 주택 가격 활황기 당시 20%를 웃돌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2020년 12월부터 신고가 비율이 20%를 돌파, 이듬해 8월에 27.0%까지 치솟았다가 그해 11월까지 20%대를 유지했다.
충격적인 건 같은 기간 서울의 신고가 비율이 50%를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2021년 1월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인 53.6%가 당시엔 신고가를 돌파했다. 그해 9월에는 해당 비율이 59.0%까지 치솟았다가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들며 그해 11월부터 수치는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2022년 7월까지도 서울의 신고가 아파트 비율이 27%를 기록, 상당 기간 신고가가 속출했다. 서울의 신고가 비율이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3년 1월로 당시엔 4.7%까지 하락했다.
주목할 지점은 2021년 신고가 비율과 비교하면 올해 신고가 비율은 서울 내에서도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최근 서울의 신고가 비율을 끌어올리는 곳은 서초구다. 서초구의 신고가 비율은 7월과 8월에 모두 30%를 웃돌아 25개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신고가 비율이 11~13%에 그치던 것과 비교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의 신고가 비율은 평균 10.2%로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45.1%)과 2021년(52.6%)에 비해 저조한 수치”라며 “특히 강남·서초·용산구의 신고가 비율은 22.8% 정도지만 그 외 자치구는 신고가 비율이 8.3%에 머무는 등 같은 서울 내에서도 신고가 양극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의 국지적 상승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조차 집값 상승세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 신고가를 기준으로 할 때 최근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활황기이던 20~21년과 비교조차 하기 어려우며 그 조차 서초구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 등이 우리에게 지시하는 바는 자명하다.
일부 지역과 단지에 국한되는 가격 상승세에 현혹돼 시장에 경솔하게 뛰어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실 시장 내면의 에너지가 약하기 때문에 신고가 단지가 전체적으로 나오지 못하고 특정 지역과 단지에 집중되는 것이다.
강남, 서초, 용산 등 지역과 그 지역에 위치한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신고가 행진(?)이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고, 그 마저도 신고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폭락거래가 자주 목격되는 것만 봐도 신고가 관련 보도는 신경 쓸 게 못 된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매일처럼 쏟아내는 신고가 보도에 현혹당해 무리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평생 후회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