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마른 대형 건설사들 알짜 자회사까지 판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엘리베이터 제조 자회사인 GS엘리베이터와 알짜 자회사인 GS이니마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데, 알짜 자회사인 GS이니마를 매각해야 할만큼 GS의 처지가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GS뿐 아니라 태영건설 등의 대형건설사들이 앞다퉈 자산매각에 나서는 등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녹록치 않은 상태다.
황금알을 낳는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GS건설
GS건설은 20일 “GS엘리베이터 매각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로, 지분을 전량 매각할지 또는 일부 매각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GS건설과 중국 업체 사이에 접촉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승강기 산업 본격 진출을 위해 2020년 100% 출자로 ‘자이 메카닉스’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사명을 지금의 GS엘리베이터로 변경했다. 그러나 GS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3사’ 즉, 현대엘리베이터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가 대부분을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S건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GS엘리베이터는 매출 245억 원에 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GS엘리베이터는 16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시장에선 GS엘리베이터 매각 추진 보다 GS이니마 매각 추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GS이니마는 GS건설이 2011년 스페인 수처리 회사 이니마(Inima)를 인수해 세운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 4930억 원에 당기순이익 522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430억 원과 당기순이익 217억 원을 올렸다. 한 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런 자회사를 매각해야 할만큼 GS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
물론 GS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부인하고 있다. GS건설은 “현재 2조 원 이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부 자산 매각이 검토되는 것일 뿐 유동성 위기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GS건설, 순차입금 3년 새 3조원 넘어서
GS건설 IR자료에 따르면 GS건설의 순차입금은 2021년 순차입금 3560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1조 8690억 원으로 늘어난 후 2023년 2조 5490억원, 올해 상반기 3조 1730억 원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180억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으로, 순차입금의 증가는 유동자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순차입금비율도 높아졌다. 순차입금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20%를 넘을 경우 재무안정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GS건설의 순차입금비율은 2021년 7%, 2022년 34%, 2023년 52%, 올해 상반기 63.5%까지 폭증했다.

GS건설 순차입금 추이
올해 상반기 GS건설은 영업이익 164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를 딛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유동성 부담은 여전히 만만찮은 상황이다.
보유자산 매각해 유동성 확보하려는 대형건설사들
보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는 GS만이 아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최근 SK그룹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에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DDI가 태영빌딩 인수 목적 사업비를 2537억 원으로 책정한 만큼 2500억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태영건설은 ‘디아너스CC 골프장’도 강동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또한 알짜 자회사 ‘에코비트 매각’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도 최근 민간형 임대주택인 ‘신동탄 SK뷰파크 3차’ 지분의 80%를 약 1000억 원에 주가변동스와프(PRS) 방식의 계약 방식으로 신한투자증권에 매각을 진행중이다. 2년 전 투자한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힌 데 이은 행보다. PRS 방식은 매수자가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만을 취할 수 있는 파생상품 거래 방식이다.
HJ중공업도 지난해 6월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522-1번지 외 13필지’를 1050억원에 북항아이디씨피에프브이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520-1번지 외 13필지 토지’를 940억원에 인천에이치투에 팔며 총 2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유동성 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실적이 나지 않는 만큼 보유한 알짜 토지나 건물 자회사 등 유형 자산을 처분해 급한 불부터 끄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알짜 자산들을 내다 팔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만큼 건설업계가 직면한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펄펄 끓는다고 호들갑을 떠는 서울 일부 아파트 시세와는 완전히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