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집값을 잡았다고?
이태경/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윤석열 정부 취임 6개월을 맞아 MBC가 의뢰하고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11월 7일과 8일 양일에 걸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좋아진 부분이 없다는 응답이 59.5%이고 좋아진 부분이 부동산문제라고 응답한 비율이 12.3%에 달한 것이다. 부동산을 제외하고 좋아진 부분들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좋아진 것 중에 부동산문제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좋아진 부분이 부동산문제라고 답한 이들이 이렇게 답한 이유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집값 떠받치기에 올인하면서도 집값을 잡았다는 윤 대통령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취임 100일 만에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을 잡는 기적(?)을 행했다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을 하향안정시켰다고 상찬하는 지지자들의 평가는 과연 온당한 것일까?
여기서 윤석열 정부가 취임 이후 단행한 부동산 정책들을 일별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를 꾀한 정책들이었는지 확인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안정에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라 할 세제와 대출 부문을 살펴보자!
우선 세제 부문을 보자!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하고 일시적 1세대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는 등 양도세 감면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종부세를 감면하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금의 100%에서 60%로 대폭 낮추기도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 폐지, 법인 중과 폐지, 공제액 상향과 세부담상한 하향 등을 뼈대로 하는 종부세법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만약 이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종부세는 사실상 형해화된다. 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기조는 한마디로 부자감세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관련 세금이 감면되면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투기수요가 유입되기 쉽고 부동산 시장은 상승할 확률이 높다. 부동산 세제와 별도로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시행된 적도 없는 재건축부담금을 대폭 감면하려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재건축부담금은 필요 경비와 정상 지가 상승분 등을 제외하고 조합원들이 얻은 시세차액 중 극히 일부를 환수하는 데 불과하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이 재건축부담금을 더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대출은 어떤가? 정부는 얼마 전 부동산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했다. 이에 따라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네 곳만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2중 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15억원 이상 주택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10%포인트 완화돼 9억원 이하 주택은 50%, 9억원 초과는 30%가 적용된다. 아울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LTV 규제가 70%로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즉 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을 대거 해제해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는 걸 차단하는 방파제의 높이를 크게 낮춘 것이다.
우리는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윤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고 믿는 지지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의 세제 및 대출 정책이 시장 안정이 아니라 집값 올리기 혹은 선해하더라도 집값 떠받치기에 불과함을 위에서 석연히 알 수 있다.
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촉발한 방아쇠
윤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자화자찬이나 윤 대통령이 집값 안정에 성공했다는 지지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도리어 집값 떠받치기에 올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집값과 전셋값이 강한 조정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기준금리의 추세적 인상과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시점부터 미 연준을 필두로 한 각국 중앙은행들(물론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니다)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에 직면하고 있다. 근래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준 등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와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자, 금리 폭등의 파도가 자산시장을 강타했고,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기준금리의 추세적 인상은 자산시장에서 예·적금으로의 자금의 대이동(이른바 money move)을 촉발할 뿐 아니라 이자부담을 늘려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수를 억제시킨다. 뿐만 아니라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은 전세수요를 강하게 억제시켜 전셋값 안정에 기여한다. 본디 매매차익을 노리는 매매시장과는 달리 사용가치로만 구성된 전세시장이 금리 인상에 훨씬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법이다. 게다가 이미 부동산 시장은 어떤 논리와 근거로도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품이 형성된 마당이었기에 거래량은 빙하기로 떨어지고 가격도 급락 중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하향안정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건 전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금리인상발 대세하락이 시작되는 시점에 출범한 탓이다. 대략 28차례에 걸린 시장안정대책을 쏟아내고도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해 온 국민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았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유동성 대홍수 속에서 불가항력적 상황에 봉착한 것과 비교할 때 윤석열 정부는 복이 많다. 정작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