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 경제폭망에…5대은행 털어낸 부실채권 7조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5대 은행이 상각 또는 매각해 털어낸 부실채권이 7조 1000억 원을 넘었다. 극도의 경기침체로 가계와 기업이 빈사상태에 빠지다보니 그 여파로 은행권의 부실채권도 급증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극심한 내수 침체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수출 전선에도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연체율도 기업과 가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했다.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에서 드러난 것처럼 고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한국 경제를 폭격할 확률이 높은터라 은행권의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계속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만 무려 7조원 넘게 부실채권 털어낸 5대 은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7조 1019억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했다. 지난해 상·매각 규모는 2023년(5조 4544억 원)보다 30.2% 많고, 2022년(2조 3013억 원)의 3배 수준이다. 상·매각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고,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은행들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많아지자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은 2022년까지는 분기 말에만 상·매각을 했으나 대출 연체가 늘자 2023년부터는 분기 중에도 상·매각을 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대출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에 가려져 있던 부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동시에 기업 차주들의 경영 여건과 상환 부담이 함께 악화하면서 연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연체율도 코로나 당시로 회귀해
부실채권 규모만 폭증한 것이 아니다. 은행들의 연체율도 증가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전반적으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떨어졌다가, 다시 약 5년 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로 내려갔다가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0.5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월(0.48%)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권은 당분간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고금리로 힘들었던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가 느끼는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은 아직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 상승, 글로벌 경기 불안, 내수 회복 지연 등 부정적 요소가 있어 연체율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트럼프의 인하 압박에도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상황이 한결 나쁜 건 금리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1월 29일(현지시간)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금리 동결에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이후 세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하한 바 있다. 인하 개시 전 5.25∼5.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로 1%포인트 내려온 상태다.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발표한 성명에서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물가 상승률이 위원회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는 표현을 아예 삭제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세·이민·재정 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언급했다. 트럼프가 공표한 경제정책이 순도 높게 시행될지, 시행된다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데이터를 보면서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견조한 노동시장을 비롯한 강한 경제가 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실제 어떻게 실행되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가 공언한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그리고 이민자 정책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들이다.
만약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벌이고 감세폭탄을 투하하고 폭력적이고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정책을 돌진적으로 펼친다면 수그러드는 듯했던 인플레이션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거나 금융공황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동시에 한국경제 강타할 듯
당장 한국은행이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25일로 예정된 금통위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가 매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경기를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궁리하겠지만 가뜩이나 위태로운 환율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선 극도로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제법 분명한 건 고금리 기조가 오래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데에서 드러나듯 글로벌 통상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에는 대형악재다. 이는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우리 곁에 머물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한국경제를 강타하는데 은행권의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계, 기업, 은행권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기만 하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2월 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