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소비 늘리는 미국 vs 은퇴하면 지갑 닫는 한국



은퇴 이후 소비 늘리는 미국 vs 은퇴하면 지갑 닫는 한국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올해부터 은퇴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경제에 좋지 않은 소식이 더해진 셈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소비측면에서도 문제다. 미국 같은 경우 은퇴 이후에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은퇴 이후에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미국 은퇴 가계가 자산을 주식 등 금융자산 위주로 가지고 있는데 반해 대한민국 은퇴 가계는 부동산에 몰빵하는 탓이다. 언제나 그렇듯 부동산이 문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은퇴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약 0.4%포인트(p)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1일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954만명(전체 인구 대비 비중 18.6%)은 향후 11년에 걸쳐 법정 은퇴 연령(60세)에 진입한다.

60대 남녀 고용률이 2023년 수준(남 68.8%·여 48.3%)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 2차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취업자 감소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이 11년간(2024∼2034년) 연 0.38%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 연구에서 베이비부머 은퇴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신규진입 등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추정치 -0.33%p) 당시보다 하락 폭이 더 크지만, 정책 지원과 제도 변화 등이 뒷받침될 경우 성장률 낙폭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중 상당수가 은퇴 후 근로를 희망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과 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정책·제도 지원으로 과거 10년의 60세 이상 고용률 상승세가 이어지거나, 일본의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2006년) 후 60대 남녀 고용률 상승세가 한국에서 재연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성장률 하락 폭은 첫 번째 시나리오(-0.38%p)보다 각 0.14%p, 0.22%p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65세 이후 지갑 여는 미국가계, 한국은 오히려 지출 줄여

한편 한은 보고서는 고령층의 소비성향 하락 추세를 고려할 때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이 대한민국 총소비도 제약할 것으로 우려됐다.

2012년~23년 기간 중60세 이상의 소비성향 하락폭(75.0%→67.1%)은 전체연령 소비성향 하락폭(74.7%→70.7%)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고령층의 소비성향 둔화는 기대수명 증가, 미래소득 불확실성 등에 따라 예비적 저축(precautionary saving)이 크게 늘어나는 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한은 보고서의 요지다.

흥미로운 건 대한민국의 연령별 소비성향이 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U자 형태와는 완벽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래 그래프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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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이후 미국 가계가 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반면, 대한민국 가계는 오히려 지갑을 닫는 가장 큰 이유는 보유한 자산의 종류가 다른 탓이다. 미국 가계는 주식 등의 금융자산이 가계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가계는 자산의 8할 이상이 부동산이다.

한 마디로 미국 은퇴 가계는 유동화가 쉬운 자산을 조금씩 매각하거나 배당을 받아 소비를 하는 반면 대한민국 은퇴 가계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집을(설혹 그것이 비싼 집이라 할지라도) 깔고 앉아 배를 곯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보유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이라도 받으면 좋으련만 자식들에게 상속해주겠다고 그것조차 마다하는 가계가 많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만악의 근원이 된 지는 오래지만 은퇴 가계들의 소비성향을 높이고 노인빈곤률 해소를 위해서라도 부동산의 유동화 방안 마련이 간절하다. 


 



<뉴스엠 2024년 7월 15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