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경제 제대로 보기]
멈추지 않는 근원물가 상승세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근원물가는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전기·가스·택시 요금 등이 줄지어 인상될 예정인지라 근원물가 상승세는 좀체 꺾이지 않을 듯 싶다.
꺾이긴커녕 도리어 상승폭이 커지는 근원물가
1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에서 8월 5.7%, 9월 5.6%, 10월 5.7%에 이어 11월 5.0%까지 하락. 전기·가스요금 인상 영향이 있었던 10월을 제외하면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음.
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 보다 중요한 근원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더 가팔라지고 있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7월(3.9%)에만 해도 4%를 하회했지만, 8월(4.0%) 4%대에 진입한 뒤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확대되는 중이며,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물가(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만든 가격지수) 제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6월 4.6%에서 7월 4.7%, 8월과 9월 각 4.8%에서 이어 10월 5%, 11월 5.1%까지 상승.
충격적인 건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11월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역전했다는 사실임.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전기·가스요금, 난방비, 택시요금 등 관리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들의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
시사점
소비자물가상승률 보다 중요한 근원물가상승률이 꺾이긴커녕 도리어 오름세가 확대되는 건 매우 심각한 신호. 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매우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상승한다는 건 물가 상승이 구조적이라는 뜻이고 물가의 빠른 하향안정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임.
근원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조에 따라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임. 문제는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사태, 부동산PF사태 등이 어디까지 번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 금융불안정과 신용경색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면 한국은행은 오히려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림. 자칫하면 한국은행이 사면초가,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