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경제 제대로 보기] 번지수를 잘못짚은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주문

[이태경의 경제 제대로 보기] 

 

 

 

 

 

번지수를 잘못짚은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주문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시중은행 정기예금(12개월)금리가 5%를 넘어가는 등 은행 간 예금금리 인상경쟁이 치열해지자 대출금리 상승을 걱정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를 주문했다. 하지만 신용경색으로 대출수요가 은행으로만 모이는터라 금융당국의 주문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한 금융당국  


금융당국 관계자는 20일 “예금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금리가 따라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은행권에 얘기하고 있다”고 발언. 또한 그는 “시장금리가 상승 기조여서 예금금리도 이를 거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리 조정을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차원”이라고 부연하기도.

금융당국이 은행에 예금금리 인상을 사실상 자제해달라고 주문한 것은 은행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크지만,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대출금리 인상이 가계와 한계기업을 더 힘겹게 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임.

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산정 요인 중 저축성 수신상품 금리의 기여도가 80% 이상으로, 사실상 절대적”이라며 “예금 금리를 인상하면 대출 금리도 시차를 두고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이 됨. 지난 15일 공시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공시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 새 코픽스가 공시된 직후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은 7%대를 찍음.


건전성 규제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은행권


은행권은 은행채 발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예금인상까지 억제하고 나서자 건전성 규제 추가 완화를 요구. 은행권은 매주 열리는 은행권 시장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중장기 유동성 지표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 건전성 규제의 완화를 추가로 건의. NSFR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등과 함께 바젤Ⅲ 체제 은행감독규정에 따라 도입된 유동성 규제.


시사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은 186조 569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 상환하지 않고 남은 은행채 발행 잔액도 늘면서 18일 기준 387조 286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액과 미상환 발행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인 건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되고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연기로 심화된 신용경색 사태로 대출수요가 은행권에 집중되기 때문.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높이는 건 당연지사. 예금이 늘어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임.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연기를 마땅히 예방했어야 할 금융당국은 이제와서 건전성 규제 완화까지 검토하며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 중. 한 마디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음.

 

 

<세이버 2022년 11월 2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