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대세하락의 신호들

[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대세하락의 신호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빙하기에 접어든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분양가 할인이 등장한 아파트 시장, 열기가 완전히 꺾인 아파트 청약시장, 6년여만에 최저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낙찰률 등을 감안할 때 주택 시장은 확실히 대세하락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 통계 작성 후 최초로 6개월 연속 1천건대 매매거래량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작년 11월 이후 7개월 연속 1천건대(6월 거래량은 현재 467건인데 아직 집계 중)를 기록 중. 이는 2006년 1월 실거래 신고제 도입 이후 최초. 심지어 글로벌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가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연속으로 1천건대에 머문 건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에 불과. 주지하다시피 거래량은 가격에 선행하는 지표임.  


2. 분양가 할인이 등장한 서울 아파트 시장


오랫동안 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 할인분양이 등장함.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15% 할인해 분양하고 있음. 해당 단지는 지난 3월 본 청약 접수 결과 196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하였고, 이후 지난달까지 총 세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미계약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자 결국 할인 분양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

경기도에선 이미 분양가 할인이 번지는 중. 남양주 도농동에 분양중인 주상복합아파트(민간임대 후 일반분양) ‘부영 애시앙’은 최근 잔금 선납 시 200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주거용 오피스텔)은 지난 3월 ‘공동구매할인’ 프로모션을 시행하며 최대 1억4900만원의 분양가 할인 혜택을 제공했으며, 경기도 구리시 유탑 유블레스 시티 오피스텔도 잔여세대에 대해 할인 분양을 진행 중.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청약불패를 자랑하던 서울에서, 기분양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분양가 할인까지 감수하면서 분양물량을 털어내는 케이스가 등장한 건 의미심장.


3. 작년과 완전히 달라진 청약시장


작년까지 활화산처럼 뜨겁던 청약시장이 올해 들어선 기세가 완전히 꺾임.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6월23일 기준) 공급된 분양 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4.0대 1로, 작년 상반기 평균 18.2대 1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음. 눈길을 끄는 건 수도권과 서울임. 같은 기간 수도권의 경쟁률은 30.0대 1에서 13.1대 1로 절반 이상, 서울의 경쟁률은 작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각각 급락함.

지방 광역시도 대전(25.8대 1→11.7대 1), 울산(10.0대 1→4.8대 1), 광주(15.6대 1→6.9대 1), 대구(6.0대 1→0.2대 1) 등 전년에 비해 경쟁률이 반토막 수준.

경쟁률 뿐 아니라 청약 당첨가점도 크게 낮아짐.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최저 가점)은 44.5점으로, 작년 같은기간 61.1점에 비해 16.6점 급락. 미달이 잦다보니 무순위 청약이 속출 중. 미분양 물량 또한 6827가구(4월 말 기준)로 1년 사이 7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폭증 양상.
 

4. 주택시장의 보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에도 찬바람만 불어


주택시장의 보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도 급랭 중.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낙찰률, 낙찰가율 모두 최저치를 기록.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5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49.2%)보다 떨어진 42.8%로 집계됨. 낙찰가율 역시 전달(97.9%) 대비 3.6%p 하락한 94.3%를 기록. 서울에서는 아파트 낙찰률이 전달 기록한 55.3%보다 19.7%p 하락한 35.6%로 집계됐는데, 이는 6년여 만의 최저치. 낙찰가율도 전달(105.1%)보다 떨어진 96.8%를 기록.


5. 시사점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의미하는 신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 시장의 주요 선행지표인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를 능가할 정도로 빙하기이고, 청약시장은 경쟁률, 청약당첨 가점, 미분양 등의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일 뿐 아니라 분양가 할인까지 등장한 마당이며, 시장의 보조선행지표인 경매 시장도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모두 급락 중.

재고 주택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가격하락도 그리 멀지 않아 전개될 것. 지금은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큰 틀에서 제약할 인플레이션율과 금리의 향방을 예의 주시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