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물가는 치솟고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가채부채 및 기업의 금리 부담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반작용이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더욱 우리를 암울하게 만든다. 
1. 확연히 꺾인 경제성장률


8일 한국은행의 ‘20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대비 0.6% 성장. 이는 속보치대비 0.1%포인트 하향 수정된 것. 오미크론 대유행과 공급 병목현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와 투자가 마이너스로 돈 것이 결정적.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의류 등 준내구재와 가구·통신기기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0.5%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3.9% 줄었으며, 건설투자 역시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감소하면서 3.9% 마이너스 성장.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수출만이 3.6% 증가함. 하지만 성장률을 떠받히는 유일한 기둥이라 할 수출마저 전망이 극히 어두움. 세계은행(WB)은 7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 지난 1월 4.1%보다 1.2%p나 낮춘 것인데, 세계 경제 성장률이 이렇게 급감하면 수출도 격감할 수 밖에 없는 실정.

앞서 한은은 지난달 26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종전 3%에서 2.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는데 1분기 성장률과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 등을 감안할 때 그조차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임.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2.3%), 4분기(1.2%)와 2021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2%), 4분기(1.3%)에 이어 이번까지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0.7%포인트나 급감.


2. 치솟기만 하는 물가


경제성장률이 확연히 꺾인데 반해 물가는 폭등을 거듭 중.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지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함. 정부와 한은은 6.7월 5%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 중이나 시장에선 6% 돌파전망이 속출 중. 근래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공급사이드와 수요사이드 양측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해결이 난망함.


3. 시사점


물가는 치솟는데 성장은 둔화되는 경제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함. 이미 WB는 “세계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고 경고한 바 있음. ‘저물가 & 고성장’에만 익숙한 시장참여자들은 ‘고물가 &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시장환경에 적응해야 할지도 모름.

사정이 한결 고약한 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 물가폭등은 정권 안정의 근간을 흔드는 민심이반 요인이므로 정부는 만사를 제쳐놓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함. 문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공급사이드와 수요사이드 양측에서 동시에 발생하는터라 수요를 줄이는데 일정 효과가 발휘될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상승을 진정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임.

더구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데 제한적 효과만 발휘될 기준금리 인상조차 마음 놓고 하기도 어려운 실정임. 기대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측 보다 더 과격하게 올려야 하는데 그리되면 이미 팽창할대로 팽창한 가계부채 이자부담이 폭증하고, 이자보상배율 1미만의 한계기업들이 비명을 지를 것이며,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임.

또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금리를 높이면 이자부담증가와 ‘역부의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인해 소비여력이 격감하고, 이는 고스란히 성장률 둔화로 직결됨. 한 마디로 말해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높이자니 그에 수반될 부작용이 너무 심대하고, 그렇다고 물가폭등을 방치할 수도 없는 딜레마적 상황이 윤석열 정부 앞에 펼치지고 있는 것. 지금 윤석열 정부는 첩첩산중(疊疊山中)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의 형국임.


 

 

<세이버 2022년 6월 9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