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시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미 8월 CPI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8월 CPI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다소 부드러워지길 바랐던 시장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연준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를 산산조각낸 미 8월 CPI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올랐다고 발표. 이는 전월 8.5% 상승 대비 0.2%포인트(p) 감소한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블룸버그 8.1%)를 상회한 것.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와 식료품비 등의 상승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기대 보다 덜 떨어짐. 특히 충격적인 건 지난달 CPI가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했다는 대목. 시장전망치는 0.1%하락.
미국의 고용지표가 견조한데 이어 인플레이션마저 완화될 기미가 없음이 확인됨에 따라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고 미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짐.
나스닥지수가 5% 급락하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276p 넘게 폭락하는 등 폭락세를 기록한 것, 연준 통화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0.20%p 폭등한 3.78%까지 뛴 것이 이를 반영.
1%금리 인상을 보게 될 것인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p가 아닌 1.0%p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급격히 대두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데이터를 인용해 21일 FOMC에서 연준이 1.0%p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22%에 이르는 것으로 선물시장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 8월 미 CPI 발표 전만 해도 1.0%p 금리인상 가능성은 ‘제로’였음.
물론 아직까진 9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바뀜.
시사점
시장에서는 당초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0.75%p 금리인상을 결정한 뒤 11월에는 0.5%p, 12월에는 0.25%p로 금리인상 폭을 좁히고, 내년초에는 금리인상을 일단 멈출 것으로 기대. 즉 시장에선 연준이 3.75~4.00%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꺾이는 지표들이 확인되고 경기 둔화의 신호들이 포착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젼환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
그러나 이런 기대는 8월 CPI 발표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짐. 이제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은 물론이거니와 11월과 12월에도 각각 0.75%p 금리인상을 지속하고, 심지어 내년에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 시장의 관측이 맞다면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금의 2.25~2.5%에서 4.5~4.75%가 됨. 내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이 수준을 동결하더라도 이쯤 되면 자산시장에는 빙하기가 도래하는 셈. 미 연준이 연말 4.5~4.75%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환율 폭등 사이에 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는 것 외엔 옵션이 사라지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