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시행사 살리기에 올인한 윤 정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국토교통부가 보고한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면 분양에 관련된 시장정상화 조치들을 사실상 전부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분양 주택이 6만가구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윤 정부의 이른바 1.3 미분양 대책은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윤 정부의 이번 1.3미분양 대책은 무엇보다 계약 포기가 속출할 경우 부동산PF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태풍을 몰고 올 둔촌주공을 위한 맞춤형 패키지로 읽힌다.
1.3미분양 대책에 담긴 파격적 내용들
국토교통부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 이른바 1.3미분양 대책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 보면 아래와 같다.
– 1월 : 부동산 규제지역을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만 빼고 전면 해제하고 분상제 적용지역도 축소
– 2월 : 분양가 9억원 초과주택 특별공급 제한 폐지, 1주택 청약 당첨자 기존 주택 처분의무 폐지, 주택 소유자 무순위 청약 신청 가능
– 3월 : 기존 수도권 최대 10년·비수도권 최대 4년이던 전매제한 기간을 3년 및 1년으로 각 완화
– 1분기 이내 : 12억원 이상 주택 중도금 대출 허용, 인당 한도 폐지 미정 : 분양가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기존 2∼3년의 실거주 의무)
둔촌주공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1.3미분양대책은 마치 둔촌주공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둔촌주공은 그러나 청약흥행에 완전히 실패했고 이달 3~17일 실시될 계약도 포기자가 속출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 둔촌주공의 대량 미분양은 분양시장의 최대 악재일 뿐 아니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계약 마감일 이틀 뒤인 19일 7200억원 규모의 PF 관련 어음과 단기사채 상환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경색된 부동산PF시장을 나락으로 이끌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큼.
윤 정부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라도 둔촌주공 완판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 분양권 전매제한 1년으로 축소 및 실거주 의무 폐지, 전용면적 84㎡ 청약 당첨자를 위한 12억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허용, 무순위 접수 유주택자 허용은 둔촌주공 완판을 견인하기 위한 윤 정부의 3종 선물세트인 셈.
시사점
윤 정부의 1.3미분양 대책은 ‘주소와 주택소유 여부를 불문하고, 12억 초과주택까지 중도금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1년만 지나면 분양권을 팔아 차익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음. 그리고 이는 무주택자가 아닌 시행사를 위한 것임.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로 위험 수준(6만2000가구)에 근접했고 증가 속도도 11월 한 달간 미분양 물량이 1만 가구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는 점, 미분양이 폭증하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7조원(유동화사채 포함), 다음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10조원,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5조원 규모의 PF ABCP의 상환이 어려워지고 이는 부동산 업계를 넘어 금융부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윤 정부의 1.3미분양 대책은 지나칠 정도로 투기 친화적임.